[니하오 베이징] “불효는 공산당원의 수치”

  • 입력 2007년 2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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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할 공산당원이 불효하다니….”

중국 공산당이 말기 암에 걸린 부모를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지방 당원을 엄중 처벌했다.

산시(山西) 성 융지(永濟) 시 자오이(趙伊) 촌의 왕슈잉(王秀英) 할머니는 7남매를 키우며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시간은 유수처럼 흘러 자녀는 모두 성장해 분가했다. 남편과 단둘이 살던 왕 씨는 2004년 4월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가 됐다. 이미 82세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자녀들은 그를 외면했다. 자녀들은 대부분 잘살았지만 아무도 돌보지 않아 그는 마을 부근의 허름한 동굴에서 걸인처럼 살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1월 중순경 병원을 찾았으나 이미 폐암 말기였다. 돌보는 사람 없이 일주일이 지났지만 7남매 중 어느 누구도 병원을 찾지 않았다. 이들의 집은 모두 병원에서 반경 2km 내에 있었다.

왕 씨의 병이 악화돼 임종이 가까워지자 촌민 위원회가 사태 해결에 나섰다. 왕 씨를 먼저 한 촌민의 집에 모신 뒤 자녀 중 누가 모셔갈 것인지 토의했다.

각자 ‘핑계’는 많았다. 마을의 당지부 부서기인 셋째 아들은 “모친이 병원에 입원한 동안 딸의 대학 졸업 때문에 베이징(北京)에 있었다”고 변명했다. 둘째 아들은 “아들이 큰 자동차 사고를 내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고 핑계를 댔다. 왕 씨에게 입양돼 자랐던 맏아들은 “내가 왜 봉양하느냐”며 화부터 냈다.

결국 결말을 짓지 못한 채 7남매는 헤어졌고 왕 씨는 다음 날 혈육 아닌 촌민의 집에서 세상을 떴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시당위원회는 3주에 걸친 조사 끝에 당 및 정부에 몸담고 있는 4명의 자녀에게 엄중 경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당원의 숭고한 도덕적 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공산당의 기율처분 조례(152조)와 형법(261조)에 ‘불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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