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화학산업 뜨는데 화공科 인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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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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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인기학과를 보면 산업계 흐름을, 그리고 시대정신을 알 수 있다.

기자가 대학에 들어간 1980년대 중반에는 이과에서는 전자공학과가 최고 인기학과였다. 요즘 같으면 의대 진학이 충분히 가능한 학력고사 점수를 받은 전국의 인재들이 전자공학과에 몰려들었다. 당시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던 인재들이 1990년대 반도체산업의 중흥을 이끌었고, 이후 정보기술(IT)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이과에서 최고 인기학과는 화학공학과였다. 시대흐름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화학 관련 기간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던 시점이어서 사회 전체적으로 ‘화학공학과’에 가서 한국의 산업화에 기여하겠다는 공감대가 강했고, 졸업 후 취업도 잘됐다. 학교에서 1등을 하면 화학공학과에 가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 등이 당시 화학공학과에 입학했던 수재였다.

그런데 이후 화학공학과는 밀리기 시작했다. 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화학산업은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화학산업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기도 했다. 바스프 같은 선진국의 글로벌 화학회사는 기술력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중국과 중동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물량 증설을 하면서 한국 화학산업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IT, 전자, 자동차 등 ‘화려한 업종’에 밀려 신문 뉴스에 등장하는 일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러던 화학업종이 요즘 새롭게 뜨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에서 준공식에 직접 참석한 한국 공장도 LG화학 미국 공장이었다. 이 공장이 앞으로 미국 자동차회사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LG화학은 제너럴모터스(GM), 포드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LG화학의 시가총액은 21조4387억 원으로 LG그룹 주력계열사인 LG전자의 시가총액 14조8264억 원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다른 화학회사들의 선전도 눈부시다. SK에너지는 2차전지의 핵심기술인 분리막 기술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자동차 첫 양산용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코오롱글로텍은 섬유, 화학, IT를 접목한 ‘히텍스(Heatex)’를 상용화한 ‘바이오케어 온열시트’를 기아차의 K5에 공급해 화제가 됐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이름조차 낯선 OCI(옛 동양제철화학)도 태양광전지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에 대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화학 관련 분야의 지식과 기술은 반도체, 대체에너지, 생명공학 등 산업 각 분야 기술에 광범위하게 응용될 만큼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아직도 화학 관련 학과가 인기학과로 부상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화학산업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래 인재발굴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화학산업계도 힘을 모아서 젊은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종식 산업부 차장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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