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인사이트]전세금 급락에 ‘역전세난’ 우려

  • 입력 2008년 12월 8일 03시 03분


《불황이 깊어지면서 전세금이 급락하자 ‘역(逆)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전세난은 나가려는 세입자의 전세금을 다음 세입자가 보전해줘야 하는데, 전세금이 급락하면서

돌려줘야 할 전세금이 부족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상황이 악화돼 아예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 집주인은 ‘가계 부도’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물론 최근에는 전세가 아닌 월세 형식으로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다. 월세는 전세금이라는 목돈 없이 임차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계층이나 저소득층이 선호하는 임대차 계약 방식이다.》

외국에는 월세 이외의 다른 임대차 계약 형태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월세가 가장 일반적 임차제도다. 월세 형태의 임대차 계약에선 보증금이 없거나 전세금보다 훨씬 적다. 따라서 역전세난 같은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집주인은 전세를 놓을 때 주택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에서 전세금을 받는다. 예를 들어 연리 10%에 1억 원을 은행에서 빌려 1억 원짜리 집을 산 사람이 이 집을 4000만 원에 전세를 줬다고 하자. 집주인이 전세금 4000만 원을 운용하면 연리 10%에 해당하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나머지 6000만 원이 묶임에 따라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기회비용이 생기는데도 대출로 산 집을 전세로 주는 이유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금(4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6000만 원)에 해당하는 운용 수익을 기회비용으로 날리는 셈이 된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이런 점 때문에 전세를 선호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대거 진입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제도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외국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꿔 보유 부동산 가치 전체에 대해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구조로 만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주택시장에서는 전세가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과거 주택담보대출이 힘든 시기에 전세는 집주인들에게 무이자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통했다. 비록 전세금이 부동산 가치의 절반 이하였지만 전세를 끼고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은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 집값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또 임차인 입장에서 전세는 현금이 많이 나가는 월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게 주거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일반 근로자의 임금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많은 한국인은 애초에 주거비 명목으로 전세금을 떼놓고 나머지 자금으로 생활하는 구조가 고착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공공임대주택 중에서 임대 조건이 전세인 주택이 월세인 주택보다 인기가 높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 전세 제도의 단점이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역전세난이 가장 먼저 나타날 것이고, 침체가 지속되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가계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이상영 부동산114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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