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고배당-자사주매입 기업 주목

  • 입력 2008년 11월 17일 02시 49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5월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과 대화하고 있다. 버핏 회장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5월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과 대화하고 있다. 버핏 회장의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주주들이 주식 팔지않아도

현금 돌려주는 ‘고객 서비스’

고배당은 경영 자신감 표현

저평가된 자사주 사들여

소각하면 주가가치 느는셈

가치투자의 대상 삼을만”

《“가치투자: 너무 단순하다는 점 때문에 가르치는 것을 사람들은 주저할지 모른다. 어려운 계산법을 배우면서 수년을 보내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간단하기 짝이 없는 가치투자 방법으로 돌아오는 것은 성직자가 되기 위해 모든 공부를 마치고 나서 필요한 것은 십계명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과 같다.” (워런 버핏 회장·1990년 4월 뉴욕타임스 기고문 중에서)

매년 5월 초가 되면 미국 오마하에는 2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든다. 바로 워런 버핏 회장의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주주총회는 3일간 축제 형태로 진행된다. 전야제에는 영화 상영과 심지어는 록밴드가 등장하기도 한다. 》

이 축제에는 버핏 회장과 주주들이 함께한다. 다음 날 총회가 열리면 거의 하루 종일 최고경영자(CEO)인 버핏 회장과 동료인 찰리 멍거 부회장은 주주들과 대화를 나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 기업이익 전망, 투자 방향, 심지어 일반 생활에 대한 지혜 등 솔직한 질의와 응답이 하루 종일 진행된다.

버핏 회장은 처음부터 주주들에 대해 파트너십 관계를 생각했다.

“비록 우리의 형상은 법인이지만 우리의 마음가짐은 파트너십입니다. 멍거와 나는 주주들을 회사의 소유자와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우리 둘은 서로를 경영파트너로 생각합니다.”(1983년 연례보고서 중에서)

그동안 ‘버핏 따라하기’ 칼럼을 통해 좋은 기업을 고르는 방법, 장기투자 이야기, 독점력, 자기자본순이익률(ROE), 1등 기업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버핏 회장은 “주식 투자는 종이조각이 아니라 기업의 일부를 사는 것이며 동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액주주들 역시 장기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주인으로 대접을 받아야 하며 그런 기업의 주가는 기업가치보다 저평가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주주를 중시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파트너십 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소액주주들을 위한 주주중시 경영의 지표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자사주 매입과 높은 배당률이다.

우선 고배당률 기업부터 보자. 배당이라는 것은 기업 이익의 일부를 주주들에게 그 지분만큼 나누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시가배당률은 현재 주가에 대해 얼마의 배당을 받는가를 나타낸다.

단기적인 시세차익보다는 장기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자에게 배당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주식을 팔지 않고도 일정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이 현금으로 주식에 재투자할 수도 있고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둘째, 현금 흐름이 양호한 고배당 주식은 높은 배당수익률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된다. 즉, 주가가 채권금리와 비교해서 그 이상의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면 주가하락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배당을 늘려가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현금창출 능력이 없거나 자금수요가 많으면 배당을 못하게 된다. 꾸준히 고배당률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그만큼 안정적인 영업환경에서 꾸준히 현금창출 능력이 좋아지는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고배당률을 기록하는 종목이 많이 생겼다. 실제로 고배당 기업들의 주가는 주식시장의 하락에 비해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회사는 율촌화학, 한국쉘석유, 국제엘렉트릭코리아이다. 이 세 회사의 배당수익률은 모두 2007년 기준으로 6% 이상을 기록하여 시중 금리 이상이었다.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은 순현금을 보유한 업체들이며 수년째 실세금리보다 높은 시가배당률을 기록하는 회사다. 다만 이중 국제엘렉트릭코리아는 최근의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위축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잠재 성장성은 큰 것으로 판단된다.

또 요즘 같은 하락장세에는 자사주 매입 기업 역시 소액주주에게는 좋은 기업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우선 그만큼 잉여현금 흐름이 풍부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사의 주가가 저평가돼 싸게 주식을 매입해서 소각한다면 발행주식 수의 감소로 주당 가치는 더욱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의 발행주식 수가 100주인데 이중 50주를 매입해서 소각한다면 총주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게 돼 주당 가치는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즉, 주가가 저평가되었을 때 싼 값에 매입해 소각한다면 주주가치는 향상되게 된다.

배당과 비교하면 기업의 잉여자금을 갖고 배당을 주면 주주가치는 배당만큼 늘어나고 자사주를 매입하면 현금을 직접 받지는 않지만 주당 가치의 상승으로 주주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이 외에도 자사주 매입은 절세 효과가 있다. 배당은 소득세를 내는 반면 자사주 매입은 세금을 내지 않고도 실질적으로 주당 가치의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큰 기업 중 현금 흐름이 양호한 기업들은 대표적으로 국순당, 남양유업, 방림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기업들이 꼭 유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주주를 중시하고 있어서 가치투자하기 위한 조건 중 한 가지를 갖추고 있는 회사들일 것이다. 이 기업들은 모두 실제로 시가총액보다 순현금이 많아서 자산가치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회사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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