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개미들 ‘일품요리’보다 안전한 ‘세트메뉴’ 눈여겨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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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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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식당에서는 세트 메뉴와 ‘알라카르트(`a la carte·일품요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세트 메뉴는 그 식당에서 제일 인기 있는 요리를 조금씩 순서대로 맛볼 수 있고 ‘알라카르트’는 손님이 자기 입맛에 맞는 요리를 단품으로 주문하는 방식이다. 미식가들은 주로 ‘알라카르트’를 선호한다. 식당에서 선정한 요리가 아니라 본인이 먹어 본 음식 중에서 맛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프로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알라카르트’ 방식의 주문은 위험성이 더 크다. 음식 식별 능력이 식당의 주방장보다 좋을 확률이 낮고 단품 요리를 합산한 가격이 일반적으로 세트 메뉴에 비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촌스러울지 모르지만 세트 메뉴로 주문하면 무난하다. 여기에 식당에서 제공하는 하우스 와인을 곁들이면 가격에 걸맞은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최근 적지 않은 투자자가 ‘알라카르트’ 방식으로 투자상품을 고른다. 식당의 세트 메뉴에 비유할 수 있는 정통적 주식형펀드는 믿지 못해 대안 투자상품을 열심히 찾는다. 특정 나라에 투자하는 소위 컨트리펀드나 원자재펀드 혹은 몇 개 종목에만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랩어카운트가 인기다. 다들 나름대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분산투자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분배하는 것은 좋은 투자전략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해야 될 것은 특화한다고 자동적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역시 펀드매니저 개인의 운용능력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가령 원자재펀드는 원자재 광산을 보유한 회사나 원자재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원자재 선물에 투자한다. 따라서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로 수익률의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입해야 한다. 게다가 원자재는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종목이라 가격 변동성은 일반 주식보다 더 크다.

해외펀드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다를 바 없다. 국내 펀드를 잘 운용하는 회사가 역시 해외펀드도 잘 운용하는 법이다. 더구나 언어의 장벽을 넘고 다른 회계시스템과 기업문화를 이해하면서 좋은 종목을 고르는 작업은 국내 투자보다 한결 어렵다.

최근 인기를 끄는 랩어카운트는 몇 개 종목으로 승부를 가른다. 증시가 하락해도 오르는 종목은 있기 마련이니 이론적으로는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주도 종목을 잡아 단숨에 고수익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사실 과거에도 수많은 펀드매니저가 시도한 고전적인 투자방식이다. 일정 기간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식가가 되기도 힘들지만 될 때까지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주방장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세트 메뉴는 가격 대비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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