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자동차이야기]한국이여, 스피드를 즐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4일 02시 54분



《‘카레이서.’ 기자라는 호칭 다음으로 저의 사회적 존재를 규정하는 수식어입니다.
아마추어 레이스인 ‘스피드페스티벌(SF)’에 뛰어든 지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아직은 햇병아리 수준이지만 한국 자동차경주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엿볼 기간으로는 충분했습니다.》

레이스는 자동차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합니다. 경기를 치르는 동안 자동차는 극한으로 달리게 됩니다. 엔진과 변속기, 타이어, 서스펜션(현가장치), 차체는 일반 도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자연히 자동차의 문제점이 쉽게 드러나고 성능을 높이는 데 필요한 힌트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GTM시리즈의 엘리사 경기에 출전하는 차량들은 국내 최초로 세라믹컴포지트 브레이크를 달고 성능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또 올해 경기에 출전한 한 차종은 바퀴와 연결되는 구동축이 약한 사실이 드러나 자동차회사 측에서 개선된 부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흥행입니다. 국내 경기를 주최하면 1년간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까지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행사의 규모를 더 키우면 수백억 원이 필요합니다. 각 레이싱팀 운영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간 예산이 1억∼2억 원 안팎인 영세한 팀도 있지만 GM대우자동차 레이싱팀의 경우 10억∼15억 원이라고 합니다. 투자액이 가장 많은 GM대우차 팀은 슈퍼2000 경기에서 올해 6전 전승으로 우승을 확정지었습니다.

국내 레이서 가운데 연봉을 제대로 받는 선수는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팀에서 제공하는 차를 공짜로 타고 출전할 수만 있어도 다행이고 대부분은 자신의 돈을 들여서 경기에 나옵니다. 국내 레이싱 업계가 처한 열악한 현실입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고 자동차 회사들의 지원도 부족한 편입니다. 게다가 경기장 수나 규모도 너무 작아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자연히 스폰서가 붙지 않아 대회 주최 측이나 레이싱팀은 힘들 수밖에 없고 TV 녹화중계를 해도 시청률이 1% 미만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절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레이서 등용문인 SF가 활성화되고 있으며 스피드에 ‘굶주린’ 젊은 레이서들도 늘고 있으니까요. 정부와 자동차회사의 지원만 좀 더 확대된다면 분명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제네시스 쿠페’ 경기에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하니 한국 레이싱산업 도약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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