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4차 산업혁명 기술로 ‘핀테크’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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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 ‘블록체인 공인인증서’ 7월 도입
로보어드바이저 활용한 빅데이터-AI 기반 자산운용 시대 성큼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금융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체감하기 어려웠던 차세대 핀테크 기술을 잇달아 상용화하는 모습이다.

이제 금융 소비자들이 목소리나 정맥 등의 생체 정보로 본인을 증명하고 AI 기반의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추천해주는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거래 정보를 분산 저장해 해킹이나 위·변조가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본인 인증도 올해 하반기(7∼12월)에 시중은행에서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금융’ 시대를 이끄는 국내 은행, 증권사, 카드사들의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한다.


AI 뱅킹 서비스에 블록체인 인증까지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함께 만드는 ‘블록체인 공인인증서’가 올해 7월 도입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손꼽히는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암호화한 블록(디지털 장부)을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 참여자 모두에게 분산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국내 은행들은 이런 블록체인 기술이 들어간 공인인증서를 선보일 계획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공인인증서는 은행별로 별도의 등록을 거쳐야 하는 기존 공인인증서와 달리 한 번 발급받으면 18개 은행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보안성도 훨씬 뛰어나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눈에 보이는 폴더에 암호들이 저장돼 있어 물리적으로 복제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해 외부 유출이나 위·변조가 어렵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블록체인 인증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보안 영역에 개인정보가 저장돼 복제나 조작이 어렵다”며 “암호 역시 각종 생체 인식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직원들이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폴리오’를 스마트폰에 실행해 소개하고 있다.
신한은행 직원들이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엠폴리오’를 스마트폰에 실행해 소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챗봇 등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무장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은 2016년 가장 먼저 로보어드바이저 ‘엠폴리오’를 선보였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직접 엠폴리오와 ‘사람 전문가’에게 수익률 경쟁을 붙이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서울 일부 영업점에는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배치돼 고객들을 대상으로 창구 안내, 금융상품 추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은행의 서울 일부 영업점에는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배치돼 고객들을 대상으로 창구 안내, 금융상품 추천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인 ‘우리로보알파’를 내놓은 데 이어 실물 로봇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를 일부 지점에 배치했다. 감정인식 로봇인 페퍼는 현재 고객들의 업무에 따라 창구를 안내하고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이 로보’는 빠른 대응과 안정적 수익률로 출시 6개월 만에 가입 금액이 4000억 원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연금 자산을 관리하는 ‘연금 하이 로보’까지 나왔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케이봇쌤’은 수백 개의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세밀한 자금 관리를 내세운다.

음성·문자 등을 이용한 간단한 금융 업무를 보고 고객 상담까지 하는 AI 뱅킹도 등장했다. 우리은행 ‘소리’, 하나은행 ‘하이뱅킹’ 등은 음성이나 문자 채팅으로 마치 비서처럼 대화하듯 간단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여기에 더해 사람처럼 대화하는 ‘상황 인지형 금융 AI 로봇’인 ‘콜봇’ 개발에 착수했다.

AI가 불공정거래 감시까지

디지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건 금융투자업계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는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는 전체 펀드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 운용 전문가들을 완벽하게 대체하긴 힘들지만 고액 자산가에게 한정됐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문턱을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가 돋보였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1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17개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83%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4.60%), 국내 주식혼합형 펀드(―2.72%)의 평균 수익률에 비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것과 비교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손실 위험을 최대한 줄여 안전한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시가 상승세일 때는 지수를 따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하락장에서는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기반 서비스는 로보어드바이저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순매도 종목을 실시간으로 추정해 알려주는 ‘더힌트(The Hint)’ 서비스를 지난해 증권사 최초로 출시했다. 더힌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외국인과 기관의 매매 패턴을 분석한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

AI가 증권사의 투자 리포트를 분석하는 시대도 열린다. 코스콤은 과거 상장사들의 공시가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 유사한 공시가 나왔을 때 주가 방향성을 예측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감시에서도 AI의 역할이 커졌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올 4월부터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차세대 AI 시장감시 시스템을 가동한다. 거래소는 “지금까지는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를 찾는 데 평균 5일이 걸렸지만 AI를 활용하면 1시간 만에 불공정거래를 적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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