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크엔드]일본 도쿄/"나만의 매직넘버로 로또 대박"

  • 입력 2004년 2월 12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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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한 장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일본인들. 복권 판매점마다 과거 당첨횟수나 당첨액수 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복권 한 장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일본인들. 복권 판매점마다 과거 당첨횟수나 당첨액수 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장기불황의 골이 깊어서일까. 일본에서도 복권 한 장에 ‘인생역전’을 꿈꾸며 얄팍한 지갑을 터는 샐러리맨이 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복권 판매액은 3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 1조엔(약 10조원)대를 훌쩍 넘었다. 비슷한 성격의 ‘사행업종’인 경마, 경륜, 빠찡꼬가 매출 감소로 고전한 반면 복권만 유일하게 호조를 보였다. 한 사회평론가는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큰돈 안들이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게 복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지식이 필요 없는 만큼 당첨될 확률도 낮다는 것. 그러나 ‘운’만 따를 것 같은 복권의 세계에도 ‘달인’은 있다.》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

음악사무소를 운영하는 고사카 모토스케(上坂元祐·69)는 당첨금 100만엔(약 1000만원) 이상의 고액당첨 횟수가 15회를 넘는 ‘복권의 달인’. 1만엔짜리 소액당첨은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이고, 2억엔(약 20억원)의 대박을 터뜨린 적도 있다.

작사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복권 대당첨-황금의 법칙’이라는 저서도 펴낸 적이 있는 그가 최근 여성지 ‘후진코론’에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했다.

메이지(明治)대 정경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 후인 1980년대 중반 복권에 처음 손을 댔다. 그 후 약 20년간 그가 거둔 당첨 실적은 정말 화려하다. 94년 ‘서머점보 복권’ 1등으로 6000만엔, 같은 해 ‘인스턴트 복권’ 1등으로 1000만엔, 2001년 ‘로토6’로 2억엔….

소문이 퍼지면서 고사카씨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당첨되는 비결 좀 가르쳐 달라”는 문의에 시달렸다. 어떤 이들은 “똑같이 복권을 사는데 왜 당신만 억세게 운이 좋은가”라며 다소 시기 섞인 질문을 하기도 한다.

‘복권의 달인’이 여러 사람과 복(福)을 나누는 차원에서 큰맘 먹고 공개한 포인트 몇 가지를 소개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그의 개인적인 체험담에서 나온 것이므로 꼭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 인연의 숫자를 소중히

예컨대 이름의 글자 획수나 생년월일의 숫자는 평생 자신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존재. 따라서 ‘운명의 수’도 이런 숫자를 조합해 끄집어낼 수 있다.

A씨가 1962년 10월 3일생이라면 1+9+6+2=18, 1+0+3=4, 18+4=22, 2+2=4로 A씨의 운명수는 4가 된다. 따라서 ‘오후 4시에 40장’ 식으로 구입하면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 14, 24, 34 등도 넓은 의미의 운명 수이므로 복권을 살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인다.

자동차 번호, 집 전화번호 등도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는 숫자인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각자 인연수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4나 9를 불길한 수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람들이 지어낸 편견일 뿐 어떤 숫자든 나쁜 숫자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

자신도 편견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99년 구입한 복권의 번호는 49조186583. 조 번호에 4와 9가 들어있는 데다 끝자리 83은 ‘파산(破産)’과 발음이 비슷한 게 꺼림칙해 다른 번호로 바꿨다. 하지만 추첨 결과 이 복권이 1등 전후상(前後賞)에 당첨돼 1억5000만엔을 날렸다는 것.

그는 이때부터 모든 숫자를 중시하는 버릇이 생겼다. 기상 시각이 오전 6시13분이면 613이라는 숫자를 종일 중요하게 다룬다.

○ 구입 시기 선택도 중요

기분 좋은 일, 신나는 일이 생겼을 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한다. 친구나 애인으로부터 멋진 공연을 함께 보자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들을 만나러 가는 도중 들뜬 기분을 살려 복권을 산다는 것.

결혼기념일, 입학시험에 합격한 날처럼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긴 날짜에 사는 것도 괜찮은 방법. 추첨일이 자신과 인연이 있는 날일 경우도 당첨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때보다 높다고 설명한다.

○보물처럼 보관하라

지갑에 넣은 채 갖고 다니는 건 최악의 보관법. 온종일 걸어 다니면 복권이 피로해지기 때문이란다. 화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복권의 체온이 떨어지므로 역시 금물.

그는 복권을 사면 귀가하자마자 종이로 포장한 뒤 황색 천으로 감싸 서랍에 넣는다. 단 복권도 숨을 쉬어야 하므로 서랍은 약간 열어놓는다고.

‘복권의 달인’은 그러나 아무리 갖은 묘책을 써도 인생을 사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허사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권의 신’이 기특하게 여길 만큼 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야 ‘대박 당첨’이라는 선물을 받게 된다는 논리다.

그는 일본에서 발행되는 거의 모든 복권에 당첨됐지만 앞으로도 더 많은 당첨금을 타내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당첨금은 하늘이 준 복인만큼 흥청망청 낭비하지 않고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겠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복권달인의 당첨 노하우▼

1.인연있는 숫자를 소중히 하라

2.‘불길한 수’ 편견을 버려라

3.좋은 일이 있을 때 사라

4.복권은 보물처럼 보관하라

5.성실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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