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투자의 기회비용과 '72룰'

  • 입력 2002년 12월 15일 18시 37분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은 희소하다. 쌀과 옷, 그리고 집 등 사는데 꼭 있어야 하는 생활필수품뿐만 아니라 물 공기 시간도 사실은 충분하지 않다.

희소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고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5만원을 벌 수 있는데 스키장에 스키 타러 가면 5만원을 얻지 못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5만원의 비용이 생겼다는 뜻이다. 골프 연습을 하느라 꼭 읽어야 했던 책을 보지 못했다든지, 직장 망년회 때문에 동창회나 개인 모임에 갈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테크를 할 때도 기회비용이 따라 붙는다. 원금과 고정이자가 ‘보장’되는 예금에 가입하는 것은 주식에 투자해 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72룰’이라는 것이 있다. 돈을 금융기관에 맡길 때 그 돈이 2배로 되는 기간을 알려주는 것으로 72를 적용 금리로 나누면 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연4.75%짜리 정기예금에 맡기면 2000만원이 되는데 15.2년(72÷4.75)이 걸린다는 것.

‘72룰’은 물가가 올라 똑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줄어드는 현실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3%라면 24년(72÷3) 뒤에는 구매력이 절반으로 줄어 지금과 같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돈이 현재보다 2배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회비용과 ‘72룰’은 자산 운용을 할 때 물가상승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예금이나 보험(자산운용 성과에 따라 지급 금액이 달라지는 변액보험은 제외) 및 연금은 모두 물가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은 구매력 하락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가격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에서 어떻게 벗어나는가 하는 것. 다섯 번이나 결혼할 정도로 ‘바람둥이’였지만 석유 주식으로 수천만달러를 벌었던 폴 게티는 “석유 생각하는 동안에는 여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주식투자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순자산가치(BPS)가 주가보다 2∼4배 이상 높고 주가수익비율(PER)이 시장평균 PER보다 낮은 주식, 즉 가치에 비해 싼 주식을 쌀 때 사 갖고 있다가 벼락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증시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날 때 파는 것이 성공 투자의 지름길이라는 것. 게티씨의 기준으로 볼 때 종합주가지수 700 아래에선 바겐세일된 주식을 사 모으는 것이 파는 것보다 옳은 결정으로 보인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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