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피플]클레멘식 국제초고층협회장

  • 입력 2002년 4월 30일 17시 40분


“항공기를 이용한 테러에 견디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보다는 방재나 대피시설을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죠.”

국제초고층협회(CTBUH) 론 클레멘식 회장(39·사진)은 29일 대한건축학회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초고층 구조시스템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학술 세미나에서 이렇게 밝혔다.

클레멘식 회장은 9·11 테러로 붕괴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철골과 구조물 설계를 맡았던 미국 최대 구조설계 전문회사 스킬링 와드 매그너슨 박서의 최고경영자.

이번 세미나 참석과 2004년 서울에서 열리는 협회의 총회 준비상황을 보기 위해 방한했다.

“9·11 테러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방공시스템이 강화돼 항공기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발생하지도 않을 상황에 대비해 건물 구조를 강화하는 것은 비경제적이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 강화보다는 소화시설을 늘리고 건물 통제센터를 테러리스트가 발견하지 못하는 곳으로 옮기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

“초고층 건물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초고층협회 차원에서 재난 대피시설을 보강하는 기준을 마련해 다음달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재난 대피시설을 확충하면 인명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초고층협회는 이 기준 발표 외에 미국 전역에 있는 초고층 건물을 대상으로 안전성 여부를 검사해 등급을 매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개별 초고층 건물이 어느 정도 안전한 지를 등급화해 입주자들이 건물을 선택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토록 하겠다는 것.

9·11 테러 이후 일반인들이 초고층 건물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클레멘식 회장은 “땅값이 비싼 대도시 지역에서 초고층 빌딩 건설은 불가피하다”며 “불가항력적인 항공기 테러 때문에 초고층 건물 건립이 위축되면 부동산이나 건설 산업은 물론 건축자재나 금융 등 다른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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