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한미파슨스 김종훈 사장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9시 11분


10일 개장한 서울 상암동 월드컵축구장은 규모나 아름다움에서 한국 건축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란 평을 듣는다. 또 공사과정에서 부실시공 시비 없이 안전사고를 한 건도 내지 않으면서 계획보다 4개월 이상 앞당겨 준공했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들은 상암구장 건설공사에 참여한 설계 및 시공 업체 등에 관심과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건설업계 전문가들 가운데는 ‘한미파슨스’라는 중소업체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

이 회사가 맡은 분야는 일반에게 다소 생소한 건설사업관리(CM). 선진국에서는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도입하는 게 일반화 돼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96년 말에 선보여 아직은 초기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CM이 활성화되면 국내 건설업이 새로운 도약을 맞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CM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미파슨스를 진두지휘하는 김종훈 사장(52)의 사무실을 찾았다.

김 사장은 CM을 “건설공사의 기획 단계에서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는 업무 전반을 건축주(발주자)를 대신해서 관리해주는 업역(業域)”이라고 요약했다.

그는 “건설사업에서 생산원가를 적게 들이고 공사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며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얘기를 꺼냈다. “1930년에 지어진 100층 짜리 빌딩이 착공된 지 1년45일만에 준공됐습니다. 만약 우리 기술로 지금 그런 건물을 짓는다면 5년 정도 걸립니다. 그 차이가 CM에서 비롯됐습니다.”

CM을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묻자 ‘투 데이 사이클(2-DAY CYCLE)’이라는 말을 끄집어냈다. 이는 건물 한 층을 이틀마다 올리는 기술을 의미한다. 현재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지어지고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에 이런 공법이 도입됐다. “69층 짜리를 3년 여 만에 완공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습니다.”

김 사장은 앞으로 CM을 대형 건설사업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단독주택을 짓는 데에도 적용할 계획. “올해 7월 인터넷을 이용해 CM을 수행하는 ‘이-집(www.ejip.co.kr)’을 개발해 서비스 중입니다. 이미 20여건의 공사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내년에는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투자 펀드들과 협의를 진행중입니다. 늦어도 내년 1·4분기(1∼3월)중에는 상하이(上海)에 지점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는 국내 CM사업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한건설협회가 다음달 수여할 올해의 건설경영대상 중소기업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전문엔지니어로서 이만한 성공을 거둔 비결을 묻자 손사래를 치며 “아직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꿈을 갖고 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현재의 위치에 서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훈 사장은…▼

△49년 경남 거창 출생

△서울사대부고·서울대 건축공학과·서강대 경영대학원 졸업

△73∼77년 한샘건축연구소

△77∼79년 한라건설

△79∼84년 한양 쿠웨이트 하얏트 컨퍼런스 현장소장

△84∼96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말레이시아 KLCC 현장소장

△96년∼현재 한미파슨스 대표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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