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낮과밤]CEO의 인맥/학벌-나이보다 '작은인연' 소중히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거미줄처럼 얽힌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적 유대.’

서울대 86학번으로 KAIST 석사과정을 거쳐 삼성SDS 출신인 네이버컴의 이해진사장은 고교 시절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사장과 절친하다.

두 사장은 벤처기업 설립 초기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사장을 만나 함께 e-비즈니스 클럽을 만들고 신생 벤처 지원과 사업정보 교환을 계속하고 있다.

이해진사장의 인맥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새롬기술의 오상수사장과 드림위즈의 이찬진사장 등으로 이어지고 졸업생 145명을 벤처기업 사장으로 배출한 KAIST를 축으로 메디슨의 이민화회장과 터보테크의 장흥순사장과도 연결된다.

또 삼성그룹 출신이기 때문에 네띠앙의 홍윤선사장, 옥션의 이금룡사장, 어필텔레콤의 이가형사장 등과도 쉽게 통한다. 최근에는 인츠닷컴의 이진성사장과 코스매틱랜드의 최선호사장 등과 함께 ‘시작닷컴’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횡적 연대를 확대하고 있다.

벤처기업 내부에서는 학벌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지만 연고를 바탕으로 한 인적 유대가 사업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CEO가 많다.

이해진사장은 “벤처 세계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인간 관계도 기업 경영을 위한 출발점”이라며 “이런 관계를 토대로 벤처기업간 전략적 제휴나 인수 합병이 실제로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벤처기업 CEO들도 이해진사장과 비슷한 방사형 유대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전하진사장은 인하대를 중심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사장, 비트컴퓨터의 조현정사장, 게임넷의 이유재사장과, e-비즈니스클럽을 중심으로 이재웅 이진성 사장과 연결된다. 또 벤처기업 설립 후 만난 쓰리웨이투어의 장진우사장, 지오이네트의 전성영사장 등과 함께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IB리그라는 모임을 갖고 있다.

이같은 방사형 유대가 합쳐지면 CEO간의 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히게 된다.

외국어대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다우기술의 김익래사장은 연고가 닿지 않는 CEO들과 함께 IB리그를 조직했으며 원광대 출신인 미래산업의 정문술사장은 이민화회장과 함께 ‘벤처리더스클럽’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재웅사장의 대학 선배인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은 이유재사장과 함께 e-커뮤니티라는 법인체를 설립한 뒤 인터넷 네트워킹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 출신인 엘앤에스의 신태호사장과 GDS의 이경렬사장은 벤처기업을 만들기 전 경쟁그룹이었던 삼성 출신의 테크노밸리 이강우사장과 만나 사업에 필요한 정보를 수시로 교환하는 사이.

이유재사장은 “인터넷이 기존 사업들을 결합해 상상도 못하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 내듯이 벤처기업 CEO 사이의 인간관계도 정보를 전달 통합하는 통신망과 이에 접근하는 웹의 기능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적과 동지의 구분은 쓸모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강우사장은 “벤처기업이 성장과 분화를 거듭할수록 CEO들의 유대와 모임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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