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수단 집착’ 뒤엔… ‘美본토 타격 기술 완성’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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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북핵 대응전략 바꾸자]<1> 9분 능선 넘은 北 핵개발
미사일 개발 어디까지

 북한은 노동당 창당일인 10일 추가 핵실험이나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장거리 로켓 발사 등 초대형 도발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5일 무수단 미사일 1발 발사라는 ‘중형급’ 도발을 하는 데 그쳤다.

○ 무수단 카드… ‘김정은 죽는다’ 발언 대응?

 북한은 과거 6번에 걸친 무수단 발사를 동해안인 강원 원산에서 실시한 것과 달리 이번엔 서해에 근접한 평안북도 구성을 택했다. 내륙을 가로질러 동해상에 낙하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발사 단추를 누르자마자 폭발했다. 6월 22일 ‘5전 6기’ 끝에 무수단 발사에 성공하며 겨우 회복했던 체면을 다시 한번 구겼다. 7번 중 6번이나 실패해 미사일의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군 소식통은 16일 “6번째 성공한 것을 끝으로 더 발사하지 않았더라면 무수단은 성능이 모호한 탓에 오히려 공포감이 배가되는 무기로 남았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충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선제 타격 가능성을 내비친 한미 양국에 대해 ‘무슨 도발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무수단 카드’를 무리하게 꺼냈다가 ‘자책골’을 넣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김정은이 핵 공격을 할 능력을 가지면 곧바로 죽는다”며 이례적으로 강경한 경고를 했다.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도 선제 타격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전례 없이 ‘선제 타격론’을 자주 거론하며 압박 공세를 이어 가고 있다.

○ 군 당국, 북한 미사일 발사 늑장 발표 논란

 북한은 선제 타격론과 김정은을 겨냥한 초강경 발언에 반발한 무력시위로 핵실험급 초대형 도발을 택했을 경우 감당해야 할 후폭풍을 고심해 도발 수위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계산에 따라 상대적으로 약한 카드인 무수단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군이 10일부터 엿새간 사상 최초로 동·서·남해 등 한반도 전 해역에서 핵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 등을 동원해 동시다발적인 연합 해상 훈련을 한 것도 북한의 초대형 도발을 주저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합참이 무수단 발사 사실을 19시간 넘게 지난 16일 오전 7시 44분경 공개한 것을 두고 늑장 발표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날 오전 4시 40분 북한의 무수단 발사 사실을 발표한 미 전략사령부보다도 3시간가량 늦은 것이다. 통상 합참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늦어도 몇 시간 내에 발사 사실을 알려 왔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북한이 쏜 미사일 종류 등에 대해 정확한 공동 평가를 진행해야 해 발표가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 북한의 미사일 기술 어디까지 왔나

 북한이 성공 보장도 없는 무수단을 다시 발사할 정도로 무수단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사거리 3000∼4000km의 무수단이 전력화되면 괌 미군기지는 물론이고, 고각으로 발사하면 우리나라에도 큰 위협이 될 걸로 보고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무수단에 실을 수 있는 무게인 650kg까지 소형화하는 데 성공하면 한반도 전역은 물론이고 괌 미군기지까지 북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미국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탄도미사일은 2012년 4월 김일성 출생 100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서 선보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사거리 5000∼8000km)과 2015년 10월 공개한 KN-08 개량형 KN-14다. KN-14는 450∼500kg의 폭약을 싣고 1만 km가량 비행해 미 서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최종 목표이자 북-미 협상을 끌어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인 이동식 ICBM 완성을 위한 디딤돌 만들기 차원에서 무수단 발사에 집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도미사일 전문가인 정규수 박사(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는 “북한이 잇달아 무수단 시험 발사를 하는 건 KN-14 같은 ICBM의 기반이 되는 로켓 엔진을 실험해 완성하려는 의도”라며 “KN-14는 엔진이 2개인데, 엔진 4개를 장착하는 형태로 개량한다면 추력이 훨씬 세져 미 본토 전체를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동식 ICBM 시험 발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추가 핵실험까지 감행해 ICBM에 실을 핵탄두 완성까지 선언하면 미국은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에 된다고 보고 선제 타격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북한#핵#김정은#대응전략#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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