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과거사 조사 政略 악용 안 된다

  • 입력 2005년 2월 3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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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어제 ‘우선조사 대상’ 7건을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 유가족 등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건’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위원장은 “진실을 말하는 새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 누구를 정죄(定罪)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이번 기회에 과거 의혹사건이 깨끗이 규명된다면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다.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에게는 뒤늦게나마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국가 전체로는 어두운 과거를 털어내는 전기(轉機)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 또한 큰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조사가 정략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부 논란 끝에 막판에 조사대상에 포함된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강제헌납 사건이 단적인 예다. 정수장학회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이라는 점 때문에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 온 사안이다. 따라서 위원회가 숱한 의혹사건을 제쳐두고 이것부터 조사하겠다는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청학련 사건이나 중부지역당 사건도 정쟁(政爭)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당시 관련자들이 정치권에 여럿 포진해 있고, 오래 전에 일어난 사건의 객관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나라는 또 한 번 갈등과 대립의 홍역을 치를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을 피하려면 위원회가 과거사건 조사의 근본 취지를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부끄러운 과거의 극복과 치유를 통해 화합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근본 취지다. 정치권도 불필요한 정쟁은 자제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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