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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김수현은 나서지 말고 홍남기는 눈치 보지 말라

입력 2018-11-12 00:00업데이트 2018-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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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대통령정책실장은 어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하나의 패키지다. 큰 틀이나 방향은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 누가 이것을 하고 저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9일 첫 회견에서 “매주 또는 격주로 의무적으로 기업인들과 점심을 하는 일정을 정할 것”이라며 “소통력과 조정력은 남만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은 이제까지의 경제정책 방향에는 큰 문제가 없고 다만 속도나 조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소득주도성장을 내걸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참사에 가까울 정도로 고용지표가 악화되고,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소득주도성장 설계자로 알려진 홍장표 경제수석이 경제관료인 윤종원 수석으로 교체됐고, 이후 대통령 발언에서 소득주도성장은 거의 사라지고 ‘포용적 성장’으로 대체됐다. 그런데 새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드라이브가 다시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새 경제팀은 경제실험에 가까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친(親)노조-반(反)시장에 치우친 정책 기조부터 점검해 과감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제 활력도 살아날 수 있다. 무엇보다 새 경제팀이 시장보다는 이념에 편향될 것이란 기업과 경제주체의 우려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여야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는 노동정책의 후퇴라고 주장하는 노동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와 규제 혁신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특히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이전 팀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 실장은 어제 간담회에서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부총리의 활동을 지원하고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더 이상 ‘투 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는 등의 단언도 삼갈 필요가 있다. 김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 그의 과거 이력이나 정책 성향으로 볼 때 정책 상왕(上王)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하려면 더 신중해야 한다.

사설
홍 후보자는 실질적인 경제사령탑이라는 표현인 ‘원 톱’이 될 자신이 없으면 직을 내놓을 각오부터 해야 한다. 조율과 협의란 이름 아래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는 식으로는 ‘청와대 정부’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는 이념이나 정치논리에 치우쳐 경제를 망칠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노’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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