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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불쑥 앞당긴 고교 무상교육, 졸속으로 추진할 일인가

입력 2018-10-04 00:00업데이트 2018-10-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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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취임식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으로 앞당겨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무상교육은 당초 2020년 1학년부터 시작해 2022년 전면 도입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1년 앞당겨 조기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해 교육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측은 “(당정청이) 사전 조율을 마친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예산편성이 끝난 상황인 데다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고교 무상교육이 성급히 시행되면 교육현장의 혼란이 불을 보듯 뻔하다. 8월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올해 하반기까지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는 등 2020년 시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장관이 바뀌자마자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이를 뒤집었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최소 2조 원, 여기서 저소득층(중위소득 60% 내외) 가구에 지원하는 예산을 제외하면 1조6000억 원이 필요하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는 고교 무상교육에 5년간 7조8411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교육재정으로 충당되는 고교 무상교육은 내국세 교부율(20.27%)을 올려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처럼 매년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안이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 130만여 명에게 1명당 연간 140만여 원을 나눠주는 셈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내걸고 당선된 진보성향 교육감들도 강하게 조기 시행을 요구했다. 여야가 선거 때마다 정교한 재원 대책 없이 선심성 정책을 내놓으면서 학생들이 밥은 먹지만 교실은 낡고, 어린이집 수는 폭증했는데 보육의 질은 부실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과거 정책에 대한 반성 없이 고교 무상교육을 불쑥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한다. 중학교 의무교육만 해도 1985년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고 거의 20년에 걸쳐 지역별로 차츰 도입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사설
이미 고교생 60%가 무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전면 시행되면 중산층 이상만 혜택을 받는다. 이것만 봐도 교육정책을 벼락치기 식으로 결정한 의도가 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선심성 정책을 선점하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 부총리는 1년 반짜리 장관이라는 비판에도 2020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런 의구심들을 불식하려면 유 부총리는 고교 무상교육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자세로 챙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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