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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미투 6개월, 달라진 한국… 사회적 각성 운동 멈출 수 없다

입력 2018-08-02 00:00업데이트 2018-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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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29일 한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미투운동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지난 6개월간 자기 분야에서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견고한 성을 쌓은 남성들의 몰락을 잇달아 목격했다. 정계에서는 유력한 대선 주자 한 사람이 사라졌고, 연극계의 황제 연출가들이 추락하고, 이름 있는 배우 예술가 작가 대학교수 종교인 등이 수치를 당했다.

미투운동이 격렬했던 것에 비하면 사법 처벌은 그에 못 미쳤다. 가해자로 지목된 저명인사 86명 중 구속된 사람은 이윤택 연출가, 조증윤 전 극단 번작이 대표 등 5명에 불과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3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31명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증거 부족 등으로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사법 처벌로 이어지는 폭로만이 진정한 폭로라고 여기고 증거니 공소시효니 따졌다면 이렇게 활발한 미투운동을 기대할 수 없었다.

미투는 가해자 개인에 대한 사법처리를 넘어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운동이었다. 직장에서 예전에는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았거나 잘못이라도 참고 지나갔던 성적 발언과 행동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미투운동을 계기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감춰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말하기 시작하면서 성폭력 신고가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으나 여성은 여전히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열악한 위치에 있다. 미투는 직장 내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성적 착취에 대한 저항으로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거의 전 세계가 1년도 안 돼 그 소용돌이 속에 빠져든 글로벌 운동이다. 한국의 미투운동은 특히 격렬했다. 우리 사회의 성의식이 낙후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 남녀평등을 향해 한층 더 진취적으로 나아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설
미투운동이 다소 주춤해졌다. 용기를 낸 폭로자들이 그로 인해 배신자로 취급받거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일상이 망가지는 걸 보면서 무기력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제 6개월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투운동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면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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