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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싱가포르의 韓美 외교장관, 더 이상 北에 끌려가지 말라

입력 2018-07-30 00:00업데이트 2018-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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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남북한과 미국 등 15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다. 현재로선 이번 ARF에서 남북미 3자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지만 남북, 북-미,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만난다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 북-미 외교장관 간 첫 회담이 이뤄지는 것이다. 북-미 관계는 더디지만 한 발짝씩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나 정작 비핵화 논의는 전혀 진전이 없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ARF가 교착상태 타개의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번 ARF에서 미 측에 종전선언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교착상태를 하루빨리 끝내야 남북관계에 속도를 가할 수 있어 목마른 상태인 우리 정부도 은근히 미국의 태도 변화를 바라고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큰 틀의 합의를 이룬다면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의 남북미 정상 간 만남과 종전선언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현실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물론 당장 눈앞만 바라보면 종전선언은 교착상태 타개의 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비핵화 논의가 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상태에서의 종전선언은 이벤트성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으며 동시에 북한으로선 주한미군 철수 등과 관련해 선전·외교전을 펴는 데 큰 호재로 이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미사일 시험장 해체, 미군 유해 송환 등 비핵화와 직접 관련 없는 조치들만 하나씩 내놓으면서 미국을 달래가며 정작 비핵화 논의는 거부하고 있다. 설령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먼저 줘서 일단 교착상태를 벗어난다 한들 얼마 안 가 그 약발이 떨어지면 그 다음엔 또 어떤 동력을 찾을 것인가.

사설
한미 양국은 물론이고 중국 등 관련국 외교장관들은 비핵화 이행 시작이 모든 논의의 근본이며 선행 전제조건임을 북한에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 비핵화 열차가 궤도에 올라와서 시동이 걸리면 중간에 다른 장애물이 나와도 탄력적으로 넘어설 수 있지만, 늪지에서 한 발짝 옮길 때마다 거래를 하고 보상을 안겨줘야 하는 방식으로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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