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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靑 개헌안 前文·기본권 공개… 국민적 합의 가능한 案인가

입력 2018-03-21 00:00업데이트 2018-03-21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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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어제 헌법 전문과 기본권 부문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 전문에는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이 새로 들어갔다.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도 신설된다. 생명권 안전권 주거권 건강권 알권리 자기정보통제권 등 다수의 기본권이 새로 생긴다.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중에 무엇을 넣고 뺄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차가 크다. 청와대는 촛불집회의 경우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인 사건이어서 뺐다고 하지만 다른 사건 역시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 적지 않다. 무엇을 넣고 뺄지를 떠나 헌법에 특정 역사적 사실을 자꾸 추가하는 것이 헌법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회의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능하고 타락한 의원들을 임기 만료 전에 파면할 수 있는 방법이기는 하다. 다만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은 지역구나 특정 정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봉사해야 하는데 지역구나 특정 정파의 이익에 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당 유권자들에 의해 파면의 위협에 처할 우려도 있다. 우리 상황에 비춰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내는 국민발안제는 국회가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위헌성을 걸러낼 수 있다면 도입해볼 만하다.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에 생명권이란 말은 없지만 ‘인간의 존엄과 가치’ 등 여러 기본권 조항에 생명권이 전제된 것으로 해석된다. 생명권을 명시적으로 넣을 경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거권과 건강권은 자연권적 기본권이 아니라 그 권리의 실현이 국가의 능력과 직결되는 사회적 기본권으로 분류된다. 국가가 기본권만 줄줄이 늘려놓고 실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박탈감만 줄 수 있다.

근로자란 용어는 노동자로 바꾼다. 노동이란 말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사라졌다. 공무원에게는 노동3권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던 걸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바꿨다. 시대에 맞는 진전이다. 다만 노동조건을 노사가 대등한 자격으로 결정한다는 근로기준법상의 ‘노사 대등 결정 원칙’과 남녀고용평등법상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으로 격상시켜 규정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업 자율성과 노동 유연성을 침해할 수 있다.

군인 등의 국가배상청구권 제한은 시대착오적인 조항으로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폐지를 주장했던 것으로 폐지는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헌법 사안이 아니라 법률 사안으로 돌린 것도 옳은 방향이다. 영장청구권을 경찰에도 줄지는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란 큰 틀에서 결정해야 한다.



사설
대통령 개헌안은 1987년 개헌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나온 공식 개헌안이다. 다만 청와대가 의욕만 커서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최대공약수를 모은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럼에도 대통령 개헌안을 놓고 각계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져 개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도 의미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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