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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잃어버린 시대’ 딛고 스타트업 강국된 핀란드의 혁신

입력 2018-02-23 00:00업데이트 2018-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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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몰락의 충격을 딛고 핀란드는 스타트업 강국으로 눈부시게 거듭났다. 유하 시필레 핀란드 총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3년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은 뒤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표현했다. 핀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 4만3000달러의 선진국이었지만 노키아 의존도가 너무 컸다. 2007년 노키아 시가총액이 헬싱키 증시의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노키아가 추락하면서 핀란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1%가 넘는 마이너스 성장의 쓴잔을 마셨다. 하지만 2016년 이후 반등해 지난해는 3% 성장했다.

시필레 총리가 “새로운 도전과 다양한 개혁의 결과”라고 언급한 경기 반등의 배경에는 단연 스타트업이 있다. 대학의 자율 혁신과 정부의 체계적 지원이 이뤄낸 합작품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인구 550만 명. 한국의 9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핀란드는 ‘클래시 오브 클랜’(슈퍼셀) ‘앵그리버드’(로비오) 같은 인기 게임 제작사를 배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창업에 필요한 교육 훈련 접근성’ 부문에서 핀란드는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23위다. 핀란드 기술혁신지원청(TEKES)은 매년 기업 및 대학, 공공부문에서 진행되는 약 2100건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을 되살리는 데 노동개혁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 핀란드 노사는 인건비를 4% 줄이는 데 합의했다. 그 대신 정부가 감세정책을 펼쳐 임금 감소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였다. 노동개혁 과정에서 노조가 23년 만에 총파업을 벌이는 갈등이 있었지만 파업 뒤 오히려 핀란드 최대 노조가 협약안을 제시하며 ‘사회적 합의’를 제안했다. 번번이 공전만 거듭하다 유명무실 상태에 빠진 우리 노사정위원회가 정신을 차려 배워야 할 대목이다.

사설
강소국인 핀란드와 우리는 다른 점도 있지만 닮은 면도 꽤 있다. 과거 핀란드가 제지, 정보기술(IT) 등 특정 제조업 의존도가 높았던 점은 우리의 현재와 비슷하다. 경제 부흥이 제조업이 아닌 기술창업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9%에 육박하는 실업률은 핀란드에 남겨진 과제다. 밖으로는 통상 갈등, 안으로는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동 현안이 불씨로 남아있는 한국 현실에서 핀란드를 벤치마킹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술과 아이디어로 창업에 도전하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과 노동개혁 같은 사회개혁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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