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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초등학교 빈 교실 어린이집에서 아기들 웃음소리 들려야

입력 2017-12-02 00:00업데이트 2017-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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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법사위는 지난달 24일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을 거쳐 올라온 이 개정안에 대해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하 제2소위원회로 미뤘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개정안은 이번에도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게 됐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초등학교에 어린이집이 들어오면 초등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학부모들 출입도 통제하기 어렵다는 반대 이유를 내놓았다. 방과 후에도 초등학생들을 챙기는 돌봄교실 운영으로 어려워진 학교 관리가 더 힘들어지고 사고가 일어나면 교장과 어린이집 원장 간에 책임 다툼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학교와 유치원이 함께 있는 병설유치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학교에 유치원은 들어와도 되고 어린이집은 안 된다면 이중 잣대나 다름없다. 병설유치원 수는 작년에 4388곳으로 전체 유치원의 52.2%에 이른다. 학교를 관장하는 교육부와 교육감, 교사들이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어린이집까지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에 부정적이기 때문은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용률을 작년 12.1%, 24.2%에서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각각 4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국가의 육아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서울에 새로 지으면 최고 80억 원이 들지만 빈 교실을 활용하면 4억, 5억 원이면 된다고 한다. 저출산 여파로 유휴 교실은 계속 늘어날 텐데 ‘학교 이기주의’ 때문에 그냥 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설
교육계는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을 찾기 힘들다는 엄마의 관점에서 육아 문제에 다가서야 한다. 교육과 보육 사이에 칸막이를 쳐놓은 채 초등학교를 어린이집에 내줄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교사나 교장은 처지를 바꿔놓고 자기 자식이나 손자를 학교 안 어린이집에 못 보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정부도 아이는 부모보다 국가가 키운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올해 사상 최저 수준인 1.03명으로 떨어질 것이란 출산율 절벽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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