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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냉엄한 ‘강대국 현실주의’ 드러낸 美中 정상회담

입력 2017-11-10 00:00업데이트 2017-11-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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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강대국의 파워게임과 그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방중에 앞선 1박 2일의 한국 방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게 짧지만 깊은 감명을 남겼다. 국회 연설에서는 휴전선 이남의 ‘기적의 성취’와 그 이북의 ‘사람이 가선 안 되는 지옥’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김정은 독재를 세계에 고발했다. 이런 기세로 강하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설득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기대였다. 그러나 두 정상의 발표문에서 드러난 결과는 실망스럽다.

양국 정상은 공동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살인적인 정권’으로 지칭하며 “무모한 정권이 위험한 길을 포기할 때까지 모든 책임 있는 나라는 함께 (북한의) 무장과 재정 지원, 무역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 전면 이행’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북 원유 제공과 금융거래 중단 등의 강한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발표문에선 거론되지 않았다.


정상회담 발표문만 갖고 전체 그림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이날 시 주석이 지금껏 주장해왔던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상 병행)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북핵 해법을 놓고 물밑 힘겨루기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이 ‘더 강한 스탠스’로 북한에 대응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아쉽다.

한국에서와는 확연히 달라진 트럼프의 태도는 정상회담과 직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들과의 만남을 보면 이해가 된다. 양국 기업 대표는 트럼프가 보는 앞에서 2535억 달러(약 284조 원)어치의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이 약속한 천문학적인 돈과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의 태도가 누그러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치를 중시해온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신형국제관계’의 기치로 대등한 지위를 요구한 ‘시 황제’에게 자리를 내주는 듯한 모습이다.

사설
미중의 후속 조치를 봐야겠지만 고강도 압박으로 김정은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는 일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중국 약속대로 안보리 제재가 철저하게 이행된다고 해도 북한 원유 수입과 무역액의 3분의 1 정도만 줄일 수 있을 뿐이다. 강대국의 힘과 돈, 국익 우선의 실용주의로 어우러진 미-중-일의 거대한 체스판에서 북핵 문제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한국은 결의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강력한 북핵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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