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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웰빙 비박, ‘新보수’ 창당 머뭇거리다 역사에 죄지을 텐가

입력 2016-12-14 00:00업데이트 2016-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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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어제 기자들과 만나 “이 나라 경제와 안보 위기를 걱정하는 대다수 국민이 믿고 의지할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를 ‘가짜 보수’로 지칭하며 “신보수와 중도가 손을 잡고 국가 재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박(비박근혜)계 리더 격인 김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구상에 아직 비박 대다수가 동의한 것은 아니다. 다른 비박 리더인 유승민 의원은 “나는 당 안에서 개혁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고 탈당은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은 탈당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사퇴한 정진석 원내대표의 후임을 결정할 16일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19, 20일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친박이 다수인 당내 경선에서 비박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비박은 ‘경선에 실패해 탈당한다’는 옹색한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결단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김 전 대표가 표현한 대로 친박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노예’였다. 이 노예근성이 불러온 친박 패권주의가 4·13총선을 참패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친박은 박 대통령 앞에서 찍소리도 못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일체의 건전한 비판도 배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금기시하는 노예근성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도 죽이고 새누리당도 죽였다”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죽은 새누리당’ 간판으론 설령 비박이 당권을 잡는다고 해도 내년 대선에 희망이 없다.

 비박은 몸을 던져 박 대통령과 친박의 전근대적인 전횡을 막지 못했다. 탄핵정국에서 ‘회군’하려던 비박을 돌려 세운 것도 촛불민의였다. 탈당을 꺼리는 것도 나가면 얼어 죽지 않을까 하는 ‘웰빙 본능’ 때문이다. 비박이 친박 못지않게 보수정치를 망친 책임을 지려면 광야에서 풍찬노숙(風餐露宿)할 각오를 해야 한다. 비박이 새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먼저 당을 떠난 탈당파와 합류해 보수신당을 세운다면 친박 내 탄핵찬성파까지 흡수할 수 있다. 수구보수 친박당은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다.

사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내년 5, 6월경 조기 대선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에서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담을 정당은 있어야 하되, 그 당이 새누리당이 되는 것은 역사의 순리가 아니다. 새 보수정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되 ‘따뜻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며,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망가뜨린 법치와 책임정치의 복원을 기치로 내걸어야 한다. 이런 새 보수정당 탄생의 마중물이 되는 것을 비박이 머뭇거린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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