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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이산가족 상봉 거부한 北, ‘남북관계 개선’은 빈말인가

입력 2014-01-10 03:00업데이트 2014-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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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의한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이 북한의 거부로 무산됐다. 북한은 나흘간 침묵을 지키다 어제 남한 탓을 하며 실무접촉을 거부하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혈육을 만날 기회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을 행사 나흘 전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데 이어 이번 제의도 거부해 남북으로 흩어진 혈육의 재회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남한의 군사훈련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등을 문제 삼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정치 군사문제와 연계했다. 통지문에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현재와 같은 남북 긴장상황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 강해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3월 말 1만 명의 양국 해병대가 참가하는 연합상륙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이 연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는 것은 공연한 트집이다. 겨울철에는 북한도 각종 군사훈련을 한다.

북한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북남(남북)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이산가족 상봉 거부로 빈말임이 드러났다. 통일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해 대처하겠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상봉 거부에 영향을 미쳤을 게다. 북한은 지난해 우리 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함께 열자고 역제안했다. 인도적 행사를 돈벌이와 연계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장삿속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복잡한 조건을 달지 말고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민족적 과제다. 상봉 신청자의 80.1%가 70대 이상 고령층이어서 해마다 4000명 이상이 세상을 뜨기 때문에 하루가 급하다. 상봉 신청자 12만9035명 가운데 이미 5만6544명이 사망했다.

사설
김정은은 8일 생일을 맞아 전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 일행을 초청해 북-미 친선농구대회를 열었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의원은 “로드먼의 방북은 히틀러를 점심 식사에 초대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고모부 장성택을 끔찍하게 처형한 지 얼마 안 돼 아무 일 없다는 듯 코걸이 귀고리를 한 로드먼을 불러 농구경기를 벌이는 김정은. 이런 지도자가 이산가족의 아픔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정녕 난망(難望)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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