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예방법 없는 전염성 질환 C형간염 국민건강검진 포함땐 박멸 앞당길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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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

장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C형간염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재영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C형간염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의 JS의원에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 집단감염 의심 사태가 발생해 질병본부관리에서 역학조사에 나섰다. 작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다나의원과 원주 사태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세번째 C형간염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C형간염은 적은 양의 혈액으로도 전파되는 전염성 질환이며 간경변증과 간암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다. 하지만 B형간염과 같은 예방 백신이 없어 이런 집단감염 사태는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장재영 순천향대 의대 교수는 “이어지는 C형간염 집단감염사태에 대해 국민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검진을 통한 적극적인 선별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장 교수를 만나 C형간염의 경로와 예방법 및 치료방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C형간염의 감염경로와 예방법은 어떻게 되나.

C형간염은 보통 마약 정맥투여자,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성적인 접촉, 그리고 비위생적인 피어싱이나 문신을 새기는 과정에서 감염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민의 약 1%가 C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되는데 환자의 75∼85% 정도는 만성화되고 10∼2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 간경변증 환자의 약 1.4%는 간암으로 발전한다. 최근에는 B형간염 예방접종 등으로 인해 B형간염 환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아직 특별한 예방법이 없는 C형간염의 비중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C형간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다고 들었는데, 조기 발견할 만한 증상은 전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급성간염 환자는 그다지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C형간염의 조기 증세로 식욕부진 구토 구역 황달 등을 꼽는데, 이러한 증세로 내원한 환자들 대부분은 C형간염이 아니다. C형간염 환자들의 80% 이상은 특이증세가 없다. 증세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형간염은 왜 B형간염 예방접종처럼 예방백신이 없나.

유독 C형간염이 백신이 없는 이유는 바이러스 특성 때문이다. C형간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유전자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해당 유전자형을 모두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

―백신이 없기 때문에 정기검진이 더욱 필요한데, 검진주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추후 C형간염이 생애전환기 검진에 포함된다면 검진시기로 적정한 40세, 고령 환자에서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해 66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검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C형간염을 좀 더 빠르게 박멸하기 위해서는 생애전환기시 검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생애전환기 검사의 혜택에서 제외되는 41세 이상, 66세 미만의 연령층에서 2년에 한 번 시행하는 국민건강검진 시 검진을 받는다면 C형간염의 박멸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C형간염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최근 경구용 신약들의 등장으로 C형간염도 완치 가능한 병이 됐다. 과거 치료로는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합요법이 일반적이었는데 완치율은 50∼70% 정도였으며 부작용도 심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는 부작용도 거의 없고 치료기간도 12∼24주로 단축되며 완치율도 90% 이상으로 높다. 또 국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치료제들 중에는 임상을 통해 국내 C형간염 환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1b 바이러스형에서 100% 완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C형간염은 발견만 된다면 거의 모든 환자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단, 경구용 치료제도 바이러스 유전자형, 치료 전 내성변이 유무, 간경변증 유무 등에 따라 적용 가능한 약제와 치료기간이 달라 환자 상태에 대한 세밀하고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겠다. 낮은 확률이지만 최신 치료법으로 치료에 실패할 경우, 그 이후 다른 치료법을 다시 적용했을 때 치료 성공률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 시기와 방법을 찾는다면 첫 선택에 완치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계속되는 우리 사회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대책 마련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이번 C형간염 집단감염이 의심되는 JS의원의 C형간염 감염률은 국내 평균 감염률 대비 최고 29.5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선 상태다. 2011∼2012년 해당 의원을 방문한 1만1306명에 대한 C형간염 및 혈액 매개 감염병 검사가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4∼5년이나 지난 후에야 집단감염이 확인되고 선별검사가 이뤄지는 이유는 C형간염이 ‘침묵의 불청객’으로 불릴 만큼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환자가 쉽게 감염사실을 알기 어려운 데다 C형간염 검사의 경우 아직 국가 생애전환기 검진 항목에 포함되어있지 않아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과 같이 이미 질환이 많이 진행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간암으로 늦게 진단을 받는 안타까운 경우도 많다. 조기에 검사를 시행하여 간질환이 진행되기 전에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잇따른 집단감염 사태에 정부의 대책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책임자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C형간염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 가능한데, 현재는 검사 대상자가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거나 감염이 의심되지 않는 상황에서 건강검진을 목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치료법의 발전으로 감염자를 치료하고 추가 감염의 차단이 충분히 가능해진 만큼 국가검진사업에 C형간염을 포함시켜 적극적인 선별검사를 한다면 국가 차원에서 C형간염의 감염예방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손희정 기자 sonhj@donga.com
#c형간염#국민건강검진#간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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