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무서운 전염병

  • 입력 2016년 1월 25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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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무서운 전염병 ‘결핵’에 대해

글 = 칼럼니스트 국립목포병원 김대연 병원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저는 결핵 전문가로서 결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작년에는 온 나라가 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전염병 공포로 봄부터 여름까지 혼란에 빠져 있었습니다.

2015년 5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총 186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으며 이들 중 마지막 환자가 11월 25일 사망함으로 인해 38명이 목숨을 잃어 치사율 20.4%를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신종 전염병에 대한 대처가 불확실한 가운데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도 전염의 확산이 있었으며, 그에 대응하는 정부나 병원의 준비는 너무나도 부족하였습니다. 신종 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미리미리 준비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처럼 국민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고 하겠습니다.

한해 2,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핵’

전염병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염원의 격리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신종 전염병의 경우와 같이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는 전염원을 효과적으로 격리하지 못하면 전 국민에게 확산되고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의 경우는 국가의 혼란을 초래하게 됩니다.

앞서 메르스에서 경험했던 바와 같이 병원에 음압시설과 살균처리 장치가 미흡한 경우는 원내로 병원균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으며, 의료인이 최대의 피해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전염병을 진료하는 병원에는 반드시 음압병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결핵은 매일 통계가 발표되지 않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서 그렇지, 한해에 2,300여 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본원은 결핵을 주로 진료하는 국립병원입니다. 결핵도 전염병입니다.

3년에 걸친 병원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전 병실에 음압시설을 갖추고 결핵 환자를 진료 중입니다. 하지만 이를 운용할 의료 인력(의사, 간호사 등)의 부족으로 좋은 시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상태입니다. 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서야 원인을 찾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피해를 줄일 수가 없습니다.

결핵 관련 예산 증액 바람직, 하지만 더 많은 노력 필요해

항상 연초에는 거창한 계획들은 많이 세우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감히 올해는 의료 인력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봅니다. 공무원의 정원을 늘리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그럼 이 별을 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가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까요?

저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사망률이 단연 1위인 나라입니다. 2위 국가와도 무려 4배의 차이가 나는 월등한 1위 국가입니다.

하지만 절망적이지만 않은 것이 있습니다. 2011년을 최고 정점으로 그 이후 결핵환자의 신고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여러 가지의 원인이 있겠지만, 결핵과 관련된 예산의 증액과 관련이 깊다는 것입니다. 결핵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산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경우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가 있는 것입니다.

참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4월경부터 결핵 환자의 치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핵환자는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본인의 치료비 부담이 없이 치료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결핵과 같은 전염병은 전염력이 있는 기간에는 격리가 필요합니다. 대게 결핵의 경우는 결핵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전염력이 거의 소실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결핵균을 배출하거나 약제내성 결핵의 경우는 전염력 소실 기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이런 결핵환자는 더 오랫동안 격리 치료를 하여야 하고, 균이 음성으로 나온 환자라 하더라도 결핵약을 꾸준히 복용하지 못할 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경우는 더 오랫동안 입원 치료를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야 좋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사라지지 않고 잊혀가는 질병

새해를 맞이하면서 꼭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결핵 예방과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결핵 환자들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염병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음압시설을 갖추어서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들에게는 결핵약의 규칙적인 복용과 격리치료를 통해 전염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결핵은 아직도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은 질병입니다. 단지 잊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에 경계해야 하며 보다 높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전염병 없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COLUMNIST 김대연 병원장

現 국립목포병원 병원장, 네이버지식iN(흉부외과),
대한공공의학회 호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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