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미숙아 의료비, 국가적 지원-관심 절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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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의료비 현주소

미성숙 신생아 ‘이른둥이’

2, 3년간은 집중관리 필요 평균 13일에 한번 외래 방문 재입원도 32.9%나 돼

지원 정책

미숙아 10년간 큰폭 증가, 부모 84%가 의료비 지원크게 부족하다고 느껴
日, 예방부터 퇴원 후까지 폭넓은 지원정책 펼쳐

해법 마련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게 국가적 지원정책 꼭 필요
특히 취약한 폐·호흡기 질환예방접종 비용부담 덜어줘야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는 이른둥이(미숙아). 이른둥이는 신체가 성숙되지 못한 채 태어나 출생 후 초기 2∼3년간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 제공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있는 이른둥이(미숙아). 이른둥이는 신체가 성숙되지 못한 채 태어나 출생 후 초기 2∼3년간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 제공

늘어나는 미숙아 출산율과 함께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겪는 미숙아 가정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대한신생아학회에서 미숙아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숙아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퇴원 이후에도 지속되는 상급병원과 응급실 방문, 재입원, 고가의 예방접종 등의 치료를 받아야 된다. 이 때문에 이들 부모는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느끼며 관련 정부의 지원 강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숙아의 지속적인 의료비 부담

미숙아는 신체가 성숙되지 못한 채 태어나기 때문에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초기 2, 3년간의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75.9%의 미숙아 가정이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2년간 상급병원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며, 그중 49.7%는 6회 이상 방문했다고 응답했다. 퇴원 후 응급실 방문 경험자도 47%에 달했다.

비슷한 결과로 대한신생아학회에서 44개 대학병원 퇴원 미숙아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미숙아 퇴원 뒤 1년간 1인 평균 27회 즉, 13일에 한 번꼴로 소아청소년과, 안과, 재활의학과, 소아외과 등 다양한 과의 진료를 위해 외래를 방문하고 있으며 재입원을 하는 경우도 32.9%로 나타난 바 있다.

이처럼 잦은 병원 방문으로 인해 미숙아 부모 2명 중 1명은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의료비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이후 가장 지출이 큰 의료비 항목은 정기적 외래진료가 35.6%로 가장 높았고 재입원이 15.1%, 예방접종이 12.2% 재활이 11.5% 등의 순이었다. 이에 미숙아 부모의 33.3%는 오히려 신생아집중치료 퇴원 전보다 퇴원 후가 더 정신적으로도 부담된다고 밝혔다.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숙아 부모 10명 중 6명은 의료비 부담으로 지인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청, 금융대출, 적금 등 재산 처분을 고려하거나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학회가 실시한 부모 대상 조사 결과, 부모의 84%가 우리 정부의 미숙아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재입원, 외래, 예방접종 등 의료비 지원 절실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그중 미숙아 구성비는 2003년 4.6%에서 2014년 기준 6.7%로 10년간 구성비가 46%나 증가했다. 선진국의 경우 미숙아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미숙아 지원 체계를 구축해 미숙아 예방 및 감소를 위한 정책부터 출산과 퇴원 이후까지 장기적 관점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경우도 미숙아의 병원 입원, 외래, 예방접종, 재활은 물론이고 미숙아의 발달, 부모의 심리적 지원 등까지 미숙아 의료에 대한 의료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고 있다.

이에 최근 국회에서 열린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가정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고 호흡기 질환 등 미숙아 호발 질환, 재입원 유발 요인에 대한 사전 예방 필요성과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부모들과 의료학계의 목소리가 높았다.

미숙아가 재입원하는 문제 중 약 절반(45.3%)이 호흡기 문제로 학회 연구 결과 나타났다. 최근 신생아학회가 진행한 미숙아 부모 대상 조사 결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질환으로는 폐렴ㆍ모세기관지염(22.1%), 호흡곤란증후군(21.1%), 기관지폐이형성증(13.7%) 등으로 조사될 만큼 미숙아는 폐와 호흡기 관련 질환(56.9%)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호흡기 질환 발병의 최대 원인이자 미숙아에게 특히 치명적인 RS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 접종이 최선의 방책이다. 가을부터 겨울철에 5번 접종해야 하는데 비보험 시에는 1회 100만 원, 그나마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1회 접종에 본인 부담금으로 40여만 원을 내야 해 부모 의료비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페렴구균 등을 무상 예방접종 지원하는 것과 달리 면역이 약해 예방이 더 절실한 미숙아 치료에는 정작 정부 지원이 인색한 대표적 예다.

이른둥이 부모 대표로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국 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예방주사를 맞추지 못했다가 아이가 심각한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한 사례를 접하고 비슷한 경험을 했던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미어졌다”며 “방법이 있는데 돈 때문에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이런 안타까운 사례는 더이상 없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병일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은 “의학의 발전으로 미숙아는 생후 2∼3년 집중적 치료와 보살핌을 받으면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이 생명의 골든타임을 가정에만 맡기기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며 “신생아집중치료실 퇴원 후 이른둥이의 의료비 및 예방접종 정부 지원 등을 시작으로 이른둥이를 건강하게 키워 초저출산시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이른둥이 지원 정책과 해법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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