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서 쇠고기 맛이?…韓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만든 ‘붉은쌀’의 정체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2월 15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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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홍진기 교수팀이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개발한 ‘쇠고기 쌀’. 연세대학교 제공
연세대 홍진기 교수팀이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개발한 ‘쇠고기 쌀’. 연세대학교 제공
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밥을 했을 때 고기 맛이 나는 ‘쇠고기 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홍진기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15일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이 함유된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고 학술지 ‘매터’(Matter)를 통해 공개했다.

붉은빛이 도는 이 쇠고기 쌀은 사실 ‘배양육’(세포 배양으로 만든 고기)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배양육이 전 세계에서 개발됐지만, 쌀을 지지체로 개발된 배양육은 쇠고기 쌀이 세계 최초다.

쇠고기 쌀 개발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학의 박소현 박사후연구원은 “이 쌀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양분이 많지만 가축 세포를 추가하면 더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과 지방이 더 많은 만큼 이 쌀로 지은 밥은 근육과 지방 함량의 정도에 따라 쇠고기나 아몬드 냄새, 크림과 버터 냄새가 났다.

홍 교수에 따르면 배양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용할 세포의 종류 △배양액의 종류 △세포를 키울 때 사용하는 지지체 △어떻게 식품으로 가공할지 등 총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포들을 감싸고 입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지체가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소의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기 위한 지지체 후보군을 탐색하던 중 쌀을 주목했다.

홍 교수는 “살아있는 소의 세포를 채취해 따로 키우면 잘 자라지 않는데 쌀에서 정말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쌀 자체가 세포가 구석구석 들어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 세포를 키우는데 이상적으로 조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또 쌀에는 소 줄기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매우 이상적인 지지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코팅했고,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이 쌀에 파종해 실험실 접시에서 9~11일 동안 배양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쇠고기 쌀은 식품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식품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낮은 성분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실험실 접시 안에 소의 줄기세포가 쌀에 달라붙어 성장하고 있는 모습. 연세대학교 제공
실험실 접시 안에 소의 줄기세포가 쌀에 달라붙어 성장하고 있는 모습. 연세대학교 제공

연구팀은 쇠고기 쌀이 식용으로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밥을 지어 영양가, 냄새, 질감 등 다양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쇠고기 쌀은 일반 쌀처럼 밥을 지었을 때 찰지거나 끈적이고 부드럽지 않고, 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웠다. 또 근육 함량이 높은 쇠고기 쌀은 쇠고기나 아몬드와 같은 냄새가 났으며,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은 크림, 버터 및 코코넛 오일 냄새가 났다.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쇠고기가 kg당 2만 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쇠고기 쌀 배양이 상용화된다면 쇠고기 쌀은 kg당 약 3000원이 될 수 있다”며 “이 쇠고기 쌀은 향후 기근을 위한 식량 구호, 군사 배급, 심지어 우주 식량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쇠고기 쌀이 식품 안전 위험성이 낮고 생산 공정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들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축산으로 쇠고기를 얻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박 연구원은 “단백질 100g이 함유된 쇠고기 쌀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6.27㎏이 배출되지만 축산으로 얻은 쇠고기는 49.8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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