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되묻고, 깜빡하시는 부모님… 큰 병 아닌지 걱정된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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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몇 가지 중요한 질환은 이상 신호를 미리 숙지하고 잘 관찰하도록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부모님 건강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몇 가지 중요한 질환은 이상 신호를 미리 숙지하고 잘 관찰하도록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부모님과 건강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괜찮아, 나이 들어서 그래”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알아챌 수 있는 몇 가지 이상 신호에 대해 알아봤다.》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는 방법은?


치매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발병률이 올라간다. 치매 발병 원인 중 약 70%는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초기에 사소한 기억력 감퇴로 시작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고력, 이해력, 계산 능력 같은 인지 기능 문제가 발생한다.

박기정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 손상이 비교적 적은 초기에는 건망증과 증상이 유사해 주변 사람이 쉽게 놓칠 수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특정 힌트를 제시하고 기억을 다시 해내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망증이라면 뇌에 각종 정보가 입력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서가 주어지면 다시 기억해 낼 수 있다. 반면 치매는 지난 일을 회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인지 저하 상태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억성 경도 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약물·비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박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의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며 “우울증, 유전적 요인 등이 위험 요인인 만큼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 조절,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적극적으로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큰 목소리로 자꾸 되묻는다면?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청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증상이다. 청력의 노화는 30대 후반부터 시작돼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긴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 되묻고 목소리가 커진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며 “난청을 방치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생기고 뇌세포가 퇴화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번 노인성 난청이 발생하면 청력을 예전 상태로 회복할 수는 없고 상황에 따라 더 나빠질 수 있다. 따라서 조기에 보청기를 착용하고 청각 재활을 해야 한다. 보청기는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청력 검사, 그리고 필요에 따라 영상학적 검사로 진단을 받은 후 나이, 귀의 상태, 난청의 정도와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바로 만족할 만큼 잘 들리지는 않는다.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 데도 6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심과 꾸준함을 가지고 조용한 곳에서 시작해 점점 시끄러운 환경으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적응해야 한다.

여 교수는 “노인성 난청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다”며 “보청기 적응 기간에는 착용에 대한 확신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대화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천천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한다면?
부모님이 빈뇨, 지연뇨 등 배뇨 장애를 겪고 있는 것 같다면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하는 질환이 전립샘암, 전립샘비대증이다. 전승현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샘 질환을 방치하면 방광, 신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전립샘암의 경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뇨에 불편감이 느껴진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립샘 질환은 60∼70대에 많이 발병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젊은 층 발병률도 높아지고 있다. 50세 이상이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전립샘 특이항원검사(PSA)를 받는 것이 좋다.

중년 여성을 위협하는 배뇨 장애는 요실금, 방광염, 야간 빈뇨가 있다. 수면 중 자주 소변이 마려운 야간 빈뇨는 나이가 들수록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호르몬 변화 등으로 4050 여성에게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선주 경희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이상 증상을 배뇨 장애라고 하는데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너무 자주 보거나 배뇨 시간이 길거나 소변이 새어 나오는 등의 배뇨 이상은 폐경 이후 여성이 주로 겪는 질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야간 빈뇨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수면을 방해해 신체 피로를 유발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삶의 질 유지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간 빈뇨는 원인에 따라 다뇨, 야간 다뇨, 방광 저장 기능 이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야간 빈뇨가 의심된다면 3일간의 배뇨 시간과 양을 기록한 후 요역동학검사, 혈장전해질, 삼투압을 측정해 진단한다. 치료법에는 의식적인 수분 섭취 제한 외에 이뇨제 및 항이뇨호르몬제 사용이 있다.

증상 없어 더 주의해야 하는 골다공증


뼈 건강의 대표적인 척도는 골밀도다.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도를 평가하는 간접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골다공증은 뼈 건강의 적신호를 나타내는 질환 중 하나다. 박소영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뼈를 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폐경과 노화”라며 “나이가 들면 뼈 안에 구멍이 많아져 골밀도가 낮아지고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은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하지만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2차 골절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의 치료는 단순 골밀도의 수치를 높이는 것이 아닌 골절 위험도를 낮추는 것이 목적이다.

골절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통해 자신의 뼈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손목, 척추, 고관절에 주로 발생한다. 특히 척추와 하지를 연결해주는 고관절 골절은 환자의 약 30%가 2년 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한번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으로 인해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힘들다 보니 장기간 움직임 제한으로 욕창, 폐렴, 요로 감염, 심혈관질환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욕 없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한다면 노인성 우울증?

노인은 신체적 질병, 신경의학적인 변화, 줄어든 사회활동, 경제적 어려움, 사별, 인지 기능 저하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 쉽다. 2021년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70∼79세의 우울장애 1년 유병률은 3.1%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높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은 정신적인 문제를 부정하거나 숨기기도 하고 ‘우울하다’고 표현하기보다 ‘몸이 아프다’ ‘소화가 안 된다’처럼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을 알아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적 증상을 이전보다 많이 표현하거나 갑자기 무기력해져 외출을 하지 않고 평소 해오던 일을 하지 못한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은 치매의 위험 요인이자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병원 치료와 규칙적인 생활 습관, 운동, 금주, 긍정적인 생각,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 가족과 사회의 적극적인 관여와 관심은 노인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건강 이상신호 확인하는 법
①치매: 단서로 기억하면 건망증
②난청: 대화 소리 커졌다면 의심
③배뇨 장애: 방광염-전립샘암 확인
④골다공증: 주기적 골밀도 검사를
⑤우울증: 신체적 불편 호소에 주의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치매#난청#배뇨 장애#골다공증#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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