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덕분에 가정주부 탈출… 창업도 하고 건강 전도사 됐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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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년 전 둘째를 낳고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 남편이 사업상 바쁘다며 헬스클럽 등록증을 건네줬다. 그때부터 시작한 운동 덕분에 창업해 가정주부를 벗어나 건강 전도사로 변신했고, 매일 근육 운동과 달리기를 즐기며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9월 17일 열린 동아일보 2023 공주백제마라톤 신설 코스인 32.195km 여자부에서 2시간24분57초로 초대 챔피언에 오른 김점옥 대전 커브스 도안클럽 대표(50)는 남편 덕분에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김점옥 대표가 9월 17일 열린 동아일보 2023 공주백제마라톤 32.195km 여자부에서 2시간24분57초를 기록하며 1위로 피니시라인을 들어오고 있다. 그는 약 25년 전부터 헬스로 몸을 만들었고 최근엔 마라톤까지 완주하며 즐거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공주=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 그냥 가정주부였어요. 그런데 둘째를 낳고 8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남편이 헬스클럽에 등록해놓고 바쁘다고 못 간다며 저에게 넘겼죠. 그래서 다녔는데 운동이 재밌었죠. 시간도 잘 갔죠. 아이들과 아웅다웅 다투며 쌓인 스트레스도 운동하면 완전히 날아갔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자 출산으로 늘어난 체중도 8kg이나 빠졌다. 주위에서 “몸이 정말 탄력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거의 매일 헬스클럽을 찾았다.

“혼자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죠. 10년 넘게 지났을 때쯤 연년생인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꾸 대립하게 됐죠. 그래서 집에서 벗어나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집 근처 여성 전용 피트니스클럽인 커브스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을 하게 됐죠. 그런데 커브스 운동이 일반 헬스하고 비슷하면서도 여성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고, 공부한 뒤 코치 생활 1년 하다 결국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2012년의 일이다. 커브스 운동은 유압식 기구를 활용해 상하반신 근육 운동과 유산소 운동, 스트레칭 등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약 30분간 제공하는 순환 피트니스 운동이다. 김 대표는 “커브스 운동은 유압식 저항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개개인의 체력에 맞게 운동 강도가 조절된다. 관절에 무리 없이 운동할 수 있어 대부분 회원이 30~50대며 80세 이상 고령 회원도 있을 만큼 부담 없이 즐기며 근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점옥 대표가 유압식 기구를 활용하는 커브스 운동으로 근육운동을 하고 있다. 김점옥 대표 제공.
몸은 좋아졌지만 보디빌딩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운동하지 않았고 그냥 운동이 좋아서 했기 때문에 굳이 대회 출전을 하진 않았다”고 했다. 사실 주위에서 보디피트니스대회 출전을 권유하기도 해 고민하기도 했지만 “극단적인 식이요법 등 때문에 마음이 내키진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헬스클럽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2~3시간 운동을 했다. 커브스 창업을 하면서도 그 루틴이 변하진 않았다. 그러던 중 2017년 커브스 점주들끼리 여성 유방 건강을 추구하는 ‘핑크리본’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핑크런 마라톤에 출전하면서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10km에 출전했는데 의외로 잘 달렸다. 그래서 혼자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헬스를 하면서도 러닝머신에서 몸풀기 위해 달렸어요. 그런데 길 위를 달리는 기분은 또 달랐어요. 대회 출전을 위해 주말마다 공원 등을 달리다 보니 시원한 공기를 맞으며 주위 환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달리려고 2018년 말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했죠. 그런데 매일 새벽에 달리는 거예요. 저하고 사이클이 맞지 않아 한동안 등한시했는데 2019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명이 21.0975km씩을 릴레이로 완주하는 코스에 신청하는 바람에 매일 동호회에 나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김점옥 대표가 한 마라톤 대회를 질주하고 있다. 김점옥 대표 제공.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나니 바로 풀코스를 달리고 싶었다. 그해 10월 춘천마라톤에 출전해 42.195km 풀코스를 3시간39분24초에 완주했다. 첫 풀코스 도전으론 아주 좋은 기록이다. 그해 8월 난소난종 수술을 받고 의사의 지시로 한 달간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이룬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마라톤에 빠져들고 있을 때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모든 대회가 취소됐다. 김 대표는 “그때 100km 울트라마라톤에도 출전해 우승했다”고 했다. 2020년 첫 대회에 100km를 10시간 조금 넘어 완주해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 이듬해 다시 출전해선 10시간 안쪽으로 완주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뒤 실내 스포츠시설 이용이 제한되면서 헬스클럽 운영에도 큰 타격이 왔어요. 그때 많이 달렸어요. 솔직히 달리지 않으면 할 일도 없었고 더 스트레스가 쌓일 때였죠. 그나마 출입 제한에서 자유로운 산에도 많이 갔었죠. 그때 소수 인원들이 출전하는 울트라마라톤이 보였고 출전하게 됐던 것입니다.”

김점옥 대표가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포즈를 취했다. 김점옥 대표 제공.
김점옥 대표가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포즈를 취했다. 김점옥 대표 제공.
당시 월 300km 이상을 달렸다. 매일 근육 운동을 하면서도 주당 70km 넘게 달린 것이다. 김 대표는 “달리기 시작하면서 2시간 운동하면 근육 운동과 달리기를 각각 1시간씩 했는데 마라톤에 빠지면서는 주말엔 긴 거리를 달렸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올 3월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 개인 최고 기록인 3시간 43초를 기록했다. 아깝게 44초 차로 마스터스마라토너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안쪽 기록)를 달성하지 못했다.

김 대표가 9월 17일 공주백제마라톤 32.195km에 출전한 이유가 10월 열리는 대회에서 서브스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풀코스를 잘 달리기 위해선 30km 이상을 천천히 오래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이 필수적이다. 평소 훈련을 하면서도 주기적으로 LSD를 해야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3~4주 전에 꼭 해야 풀코스를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김 대표는 “동호회에서도 LSD를 할 수 있지만 공주백제마라톤에서 LSD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해서 출전했다”고 했다.

“사실 달리면서 특별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만 집중하며 달리는 게 좋았는데 달리다 보니 주변에서 서브스리도 할 수 있다고 부추겼고, 저도 목표치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브스리에 도전하게 됐어요. 사실 달리면서 늘 저의 한계와 싸우다 보니 목표가 상향된 측면도 있습니다. 전 오늘 몇 km를 몇 시간에 달리자고 마음먹으면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립니다.”

김점옥 대표가 한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김점옥 대표 제공.
김점옥 대표가 한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고 있다. 김점옥 대표 제공.
근육 운동과 마라톤을 병행하면서 몸도 달라졌다.
“저도 느끼지만 근육 운동할 때보다 몸매의 선이 더 부드러워졌어요.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더라도 무게를 가볍게 해 잔근육을 키우는 스타일인데 그럼에도 몸매가 탄탄하면서도 약간 거칠고 투박하게 보였죠.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 근육이 더 선명해지고 부드러워진 겁니다. 다들 몸매가 더 예뻐졌다고 해요.”

김 대표는 마라톤 풀코스와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했지만 특별한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오랫동안 근육 운동을 해 관절 부위 근육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주변에서 다들 얘기를 한다. 내가 기본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잘 만들어 부상이 없다고.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마라톤하는 사람은 꼭 근육 운동을 해서 관절 주위 근육을 키워야 부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요가로 몸을 부드럽게 만드는 등 부상 방지에도 노력하고 있다.

김점옥 대표가 커브스 운동을 하던 중 머리 대고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 김점옥 대표 제공.
“사실 제가 이만큼 하고 있다는 것에 저 스스로 놀라고 있어요. 그래서 늘 저 스스로를 칭찬해요. 남편과 아이들도 응원해줍니다. 이렇게 근육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마라톤으로 저의 한계에 도전하며 사는 게 너무 즐겁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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