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현장 시찰… “방사성 핵종 농도 확인이 최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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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서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
세슘-134·137, 스트론튬-90 등
반감기 많이 남거나 수명 긴 핵종
제거설비로 여과되는지 확인해야

일본 정부가 약 130만 t의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용 물탱크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일본 정부가 약 130만 t의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내부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용 물탱크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한국 정부가 21∼26일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현장에 보내는 전문가 시찰단이 어떤 데이터와 시설에 접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본 측이 시찰단에 공개하는 정보 범위와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 농도 확인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염수가 방류된 해양 환경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등을 섭취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방사성 핵종이란 방사성 붕괴에 따라 방사선을 방출하는 핵종(核種)을 말한다. 자연 환경에 존재하는 천연 방사성 핵종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인공 방사성 핵종으로 나뉜다. 핵종은 고유의 원자 번호와 질량수가 있는 원자핵 또는 원자의 종류를 뜻한다.

● 가장 논란이 되는 핵종은 ‘삼중수소(트리튬)’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제출한 측정 대상 핵종은 30개다. 앞서 도쿄전력은 64개 핵종을 측정 대상으로 꼽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적에 따라 재선정했다. 기존 측정 대상 핵종 목록에 포함됐던 삼중수소, 스트론튬, 세슘, 아메리슘, 플루토늄 등은 유지됐으며 철, 우라늄, 넵투늄, 셀레늄이 새로 포함됐다.

가장 논란이 되는 핵종은 삼중수소다.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소보다 3배 무거운 수소다. 수소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는다. 자연 상태에서 반감기는 27년이다. 삼중주소는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체의 핵심 연료로 쓰여 산업계에선 중요한 자원이지만 사람에게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처리를 거친다면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는 오염수가 현재 130만 t가량 저장돼 있다. 오염수 L당 평균 농도는 현재 73만 Bq(베크렐·방사능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추산되고 있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활용하면 L당 평균 농도를 1500Bq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방사성방호위원회(ICRP)가 권고하는 식수 내 삼중수소 함유량은 L당 1만 Bq이다.

하지만 방류된 오염수가 주변 바다나 토지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함유량이 자연 상태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다. 쇼즈가와 가쓰미 일본 도쿄대 교수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부지 경계로부터 10m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채취한 지하수에는 L당 평균 20Bq의 삼중수소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에 존재하는 삼중수소량은 바닷물에서 L당 0.1Bq, 민물에서 L당 1Bq 정도다. 원전 인근 지하수에서 자연 상태보다 높은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삼중수소 피폭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경험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극도로 많은 양을 섭취할 경우 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조사는 있다. 2007년부터 4년간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는 “삼중수소 자체는 사람의 피부로 침투하기에는 투과력이 약하지만 극도로 많은 양을 섭취하면 암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트론튬-90, 세슘-134·137, 플루토늄도 주의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핵종은 또 있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반감기가 많이 남아 있거나, 수명 자체가 길거나, ALPS에서 처리가 되지 않을 수 있는 핵종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분열 생성물로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세슘-134·137과 스트론튬-90외에도 반감기가 수만 년에 이르는 테크네튬-99, 수명이 긴 코발트-60, 니켈-63, 철-55 및 ALPS에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플루토늄-239와 아메리슘-241 등이다. 모두 NRA가 승인한 측정 대상에 포함돼 있는 핵종이다.

원자력 전문가인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현장에서 점검해야 할 사항을 꼽는다면 삼중수소 외에도 스트론튬과 세슘 등이 ALPS를 통해 무사히 여과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현장 시찰#방사성 핵종 농도 확인#삼중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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