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정신건강 문제, 집단 특성에 맞춰 접근해야[전문의 칼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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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와 확진자 가족, 격리자 및 일반인까지 방역 수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정신의학적, 사회적 영향을 받았다.

국내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유입 9개월 시점에서 유의한 수준의 우울과 불안이 각각 22.1%, 18.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전에 우울 고위험군이 3.8%였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증가한 수치다. 집단적인 불안감과 우울 증가로 자살 증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 팬데믹으로 개인의 정신건강에 치중하던 기존의 대처에서 더 나아가 집단적 수준의 정신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재난정신건강시스템은 대상자의 사회경제적 특성이나 문제의 계층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동일한 정신건강 평가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 대상군의 특성이 달라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확진자와 격리자, 확진자 가족, 재난 대응 종사자, 취약계층, 일반인은 각각 다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집단별 정신건강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기간 동안 취약계층의 항우울제 처방이 일반인보다 50% 이상 높았다. 팬데믹 상황은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지지망을 무너뜨리거나 계층 간 격차를 벌리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적 개입을 할 때 어떠한 취약계층을 우선순위로 지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 자료와 합의가 필요하다.

다른 건강 영역과 다르게 정신건강은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강하게 연결되어 작용하는 분야다. 단순히 정신질환만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사람들의 신체건강과 사회 환경학적인 요인, 의료 이용의 접근성 등을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판단할 근거 자료가 필요하다. 즉, 사회적 거리 두기 및 의료적 대응 방식이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개인에서부터 지역 사회 및 전체 사회에 이르는 층위별 체계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행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팬데믹이 끝나고 난 이후 일반인이 겪을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 2015년 메르스 감염증 발생 때 확진자의 정신건강은 유행 당시보다 유행 종료 1년 이후에 더 악화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정신건강 문제를 시간이 지날수록 추적 관찰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의미다.

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 사회적 요인을 아우르는 통합 정신건강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알고리즘을 토대로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시스템이 전환된다면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정신건강 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민 정신건강의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코로나#정신건상#집단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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