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음식, 식도암 위험 높여… 자주 즐긴다면 정기검진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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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50대 이상 고령층서 주로 발병
염증 방치땐 암으로 악화되기도
내시경 박리술, 수술 부담 줄여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가 조기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을 진행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가 조기 식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을 진행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제공
식도암은 식도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다. 식도는 인두와 위를 연결하는 기관으로 음식물이 위장으로 넘어가는 통로다. 식도암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은 중간 식도에 생기는 편평상피세포암이다. 또 하나는 하부 식도에 발생하는 선암이다. 최근에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가 늘어나면서 선암의 발생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뜨거운 음료 즐기면 식도암 위험 높아져


식도암은 젊은 연령층에 비해 50∼70대의 고령층에서 위험도가 높다. 또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일부 통계에 의하면 식도암 발생률 남녀 비는 15 대 1이다.

식도암은 식도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 발병할 수 있다. 흡연, 과음, 소금에 절인 음식을 자주 먹거나 역류성 식도염과 같이 식도에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지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도 원인이 된다. 또 양잿물로 인한 식도 손상과 협착이 있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식도는 위장과 달리 보호막이 없어서 외부 자극에 쉽게 손상된다. 뜨거운 음식을 삼키면 식도가 화상을 입고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음식을 뜨겁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경우 식도에 염증이 생겼다 낫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이는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암세포로 바뀔 위험을 키운다. 실제로 60도 이상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식도암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외의 연구팀이 40∼75세 성인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60도 이상 차를 70mL 마시는 사람은 60도 이하 차를 마시는 사람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이 90% 더 높았다. 특히 차가 끓은 뒤 2분이 채 지나기 전에 마시는 사람은 식도암 발병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뜨거운 음식으로는 국물 음식, 차, 커피 등이 있다. 보통 음식점 찌개는 60∼70도, 뜨거운 차나 커피는 67∼70도 정도다. 식도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이 나온 뒤 약 3∼5분 정도는 식혔다가 먹거나 조금씩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도 식도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팀은 50∼71세 49만6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역류성 식도염과 후두암·식도암 사이의 관계를 16년 동안 추적 연구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24%가 역류성 식도염 병력이 있었다. 조사기간 동안 931명의 환자가 식도선암, 876명의 환자가 후두 편평세포암, 301명의 환자가 식도 편평세포암에 걸렸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후두암과 식도암에 걸릴 위험이 2배 정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역류한 위산으로 식도 조직이 손상되고 이런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식도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후두와 식도에 생기는 암의 17%가 역류성 식도염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조기 발견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


식도는 장막 없이 4개 층으로만 이뤄져 있어 다른 장기보다 전이가 쉽다. 식도암이 예후가 안 좋은 이유다. 증상도 거의 없어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가 중요하다.

치료는 병변 제거를 우선으로 한다. 내시경 시술, 수술, 방사선, 항암치료 등이 있다. 식도암 수술은 암 병변을 절제한 뒤 남아 있는 식도를 위나 대장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심장과 폐 수술을 담당하는 흉부외과에서 주로 진행하며 가슴과 복부를 열고 진행되는 광범위한 수술인 만큼 수술시간이 길고 합병증의 위험이 높다. 특히 식사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기 위암에 사용하던 내시경 점막하 절개박리술(ESD)을 대장암과 식도암까지 치료 범위를 넓혀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내시경을 통해 삽입한 특수 전기 칼로 암 병변을 도려내는 방법으로 시술시간은 평균 1시간 이내”라고 설명했다. 내시경 시술은 상처나 흉터가 남지 않고 재발이나 합병증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내시경 시술을 모든 식도암에 적용할 수는 없다. 점막층에 국한된 표재성 식도암으로 이 중에서도 림프절에 전이가 전혀 없는 조기 식도암이어야 한다.

장 교수는 “길고 좁은 원통 구조인 식도는 위나 대장에 비해 벽이 얇고 주요 장기가 인접해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출혈, 천공 등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사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식도암#정기검진#내시경 박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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