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공지능, 갑상선암도 진단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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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호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외과원장
강경호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외과원장
구글의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꺾은 뒤 ‘인공지능’이란 말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단어가 됐다. 인공지능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지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의료 분야에도 매우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IBM사의 왓슨이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돕고 있고, 올해 초엔 우리나라의 의료 데이터로 개발된 ‘닥터앤서’가 임상효과에 대한 검증을 거치고 있다. 특히 의료영상을 이용한 진단은 인공지능이 가장 용이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인데 망막, 흉부단순촬영, 뼈단순촬영 영상은 이미 인공지능이 의사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갑상선암 진단 과정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을까? 갑상선결절(혹)은 여성에게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많이 생기므로 50세 이상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결절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이 중 95% 이상은 큰 문제가 없는 양성 결절이고, 5% 미만에서만 악성 결절, 즉 암으로 판명된다.

갑상선결절은 초음파검사로 진단하는데, 시술 의사의 손으로 막대처럼 생긴 탐촉자를 환자의 목에 대어 실시간으로 단면의 영상을 관찰한다. 초음파에서 보이는 갑상선결절의 모양, 색깔 등 특징들을 종합해 암의 위험도를 추정하고, 추가적으로 세침검사(세포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필요시 초음파로 보면서 주삿바늘로 찔러 결절 내부의 세포를 뽑아내고 이를 병리의사가 현미경으로 관찰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진단한다.

갑상선암은 예후가 매우 좋기 때문에 과잉 진단을 막기 위해 갑상선 관련 학회에서는 초음파에서 보이는 갑상선결절이 암이 의심되더라도 1cm 이상의 결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세포검사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처럼 기계적인 영상을 얻는 것이 아니라 검사자의 조작으로 영상을 얻고 시술하므로 지식과 경험, 숙련도에 따라 정확도와 활용도의 차이가 크다. 의사에 따라서는 권고안을 따르지 않고 필요 이상으로 세침검사를 많이 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통계를 보면 세침검사를 위한 유도 초음파검사는 2019년 22만여 건이 시행됐고 연간 20∼30%의 가파른 증가세다.

이상적인 초음파진단 인공지능의 조건으로는 첫째,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조작이 쉽고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기존의 초음파기기를 바꾸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암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세침검사를 줄일 수 있는 정확도 높은 인공지능이어야 한다. 셋째, 시스템을 통해 계속적으로 학습해 검사의 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1만4000건 이상의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시행해 방대한 양의 갑상선결절 영상을 확보하고 있는 땡큐서울이비인후과는 2020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인공지능 바우처 사업에서 갑상선 초음파 인공지능 개발 기업으로 선정됐다. 9월부터 필자와 이은정 내과원장을 책임자로, 국내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플랫폼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크릴과 협력해 갑상선 초음파 인공지능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 이후에는 다른 병원과 함께 대규모 다기관 임상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과연 세계 의사들의 갑상선결절 진단 도우미가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강경호 땡큐서울이비인후과 외과원장(전 서울대병원 NJH 프로젝트 담당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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