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인텔 마케팅, AMD 견제도 본격화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8월 20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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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인텔은 자사 프로세서의 성능 벤치마크 결과를 소개하는 온라인 브리핑을 실시했다. 이 이벤트에서 가장 주목을 끈 건 다름 아닌 인텔의 달라진 태도다. 과거 인텔은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기업이나 다름없었고, 그러다 보니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경쟁사’를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신제품의 성능이나 기능을 소개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자사의 지난 세대 제품 대비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당했다.

인텔에서 공개한 성능 비교 결과 (출처=인텔)
인텔에서 공개한 성능 비교 결과 (출처=인텔)

하지만 어제 행사의 인텔은 달랐다. 인텔은 자사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AMD의 라이젠 4000 시리즈를 구동해 측정된 결과치를 제시하며 인텔 제품이 AMD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벤치마크 프로그램(시네벤치, 3D Mark 등)을 이용해 측정한 수치적인 성능 면에선 AMD 라이젠7-4800H 시스템이 인텔 코어 i5-10300H나 코어 i7-10750H 시스템을 앞서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게임(카운터스트라이크, GTA5, 디비전2 등)을 구동했을 때의 성능은 인텔 시스템이 확실히 더 우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성능 비교 테스트(출처=인텔)
게임 성능 비교 테스트(출처=인텔)

그리고 배터리 모드로 노트북을 구동했을 때, 최종적인 배터리 유지 시간은 AMD 라이젠7-4700U 시스템이 좀 더 길긴 했지만 배터리 사용 모드에서 발휘되는 성능은 인텔 코어 i5-1035G1 및 코어 i7-1065G7 시스템이 더 우수했다며, AMD 프로세서는 성능을 희생하여 배터리 효율을 높였을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배터리 모드 성능 비교 테스트 (출처=인텔)
배터리 모드 성능 비교 테스트 (출처=인텔)

인텔이 이렇게 AMD를 경쟁사로 분명히 지목하며 비교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하는 건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광경이다. 이는 최근 AMD의 라이젠 시리즈가 PC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중순에 출시된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경우, PC용 프로세서 제품 최초로 7nm 미세공정을 적용, 14nm 공정 제품이 주력이었던 인텔보다 집적도 면에서 앞서간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상당수 온라인 쇼핑몰의 조립 PC용 프로세서 부문에선 AMD 제품이 인텔 제품을 누르고 판매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머큐리 리서치의 발표에 따르면 AMD는 올 2분기 PC용 프로세서 시장에서 총 18.3%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오랜 시간 동안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던 인텔 입장에선 다소 충격적인 결과이긴 하지만 아직 시장의 주도권은 인텔에게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텔은 올해 말에 출시할 차세대 프로세서(코드명 타이거레이크)를 통해 다시 한번 시장 주도권 확인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타이거레이크에 적용될 주요 기술 중 하나인 ‘10nm 슈퍼핀(SuperFin)’을 공개하며 단순한 제조공정수치 이상의 성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MD 역시 올해 안에 4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출시해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와 맞붙는다. 인텔의 고민은 더욱 커지겠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선 즐거운 일이다. 최근 인텔은 예전과 다르게 신제품의 출시 가격을 거의 높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이전 제품보다 저렴하게 내놓는 경우도 있다. 경쟁이 본격화되면 소비자들이 그 덕을 본다는 진리가 확인된 셈이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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