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를 상점으로 끌어들여라, 미끼 상품까지 등장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4월 20일 13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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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을 2014년으로 돌려보자. 중국에서는 릴리스게임가 출시한 ‘도탑전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2014년 말 한국에도 서비스가 이뤄졌고, 이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BM)에 큰 충격을 전해줬다. 국내 게임들과 확실히 달랐다.

당시만 해도 국내 게임은 부분 수집형 RPG나 액션 RPG 정도가 주류였고, BM도 현금으로 게임 내 게임 내 유료 재화로 구매하고 해당 재화로 아이템을 구매하는 수준에 그쳤다. 예를 들면 33,000원으로 게임 내 유료 재화인 300 다이아를 구매하고 그 다이아로 10연속 뽑기를 진행하는 정도였다.

도탑전기 이미지(출처=게임동아)
도탑전기 이미지(출처=게임동아)

하지만, ‘도탑전기’는 달랐다. 뽑기를 해도 완전한 캐릭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게이머 온전한 캐릭터 하나를 얻기 위해 조각을 열심히 모아야 했다.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가치가 국산 게임보다 현저히 떨어져 보였지만, 결론적으로 ‘도탑전기’는 국내에서 크게 흥행했다.

캐릭터 등급이 없으니 어떤 캐릭터를 얻어도 그만 이라는 느낌을 전한 것이다. 원하는 캐릭터가 안나와도 일단은 이 캐릭터도 써보자는 마음을 게이머에게 전했다. 게다가 개릭터 육성 방식도 기존 게임과 달랐다. 3성 영웅을 4성으로 진급하면 1부터 다시 키우는 국내 게임과 달리 ‘도탑전기’에서는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육성하면 점점 강하게만 커나갔다.

수집형 RPG라면 더 강력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기 마련이었는데, ‘도탑전기’는 내가 가진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에 더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육성을 위한 아이템 수집에도 소탕권 등을 더해 게임 곳곳에 게이머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물론 먼저 이야기한 한국식 BM이 단점이라는 것은 아니다. 게임 운영 관점 등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게임플레이 관점에서 두 방식이 주는 차이와 장단점도 명확하다. 다만, 지금은 BM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 이번에는 이만 줄인다.

영주: 백의연대기(출처=게임동아)
영주: 백의연대기(출처=게임동아)

그리고 2020년 중국 게임들은 더 발전한 BM을 뽐내고 있다. 이 게임이 이 순위에 올라가 있는 게 말이되는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게임까지 국내 구글 플레이 순위에서 맹활약 중이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MMOPRG 장르가 주류로 떠오르자 열악한 네트워크 환경 때문에 발전한 웹게임 시장에서 배운 노하우를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그대로 녹여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은 일부 ‘헤비 과금 유저’가 나머지 무과금 게이머를 끌고 가는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로도 그렇다. 2016년 조사 결과 0.15%의 이용자가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할 정도였다. 아울러 지갑을 열지 않는 게이머를 게이머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보다 이미 지갑을 한번 연 게이머의 지갑을 다시 열게 만드는 것이 쉽다. 지갑을 열지 않는 게이머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중국 게임을 보면 이래도 지갑을 안 열어? 라는 수준의 공격적인 BM을 선보이고 있다. 얼마를 결제하든 첫 결제만 진행하면 상당한 수준으로 느껴지는 아이템을 제공한다. 게임 시스템 파악이 끝나지 않은 초창기라면 1,100원에 이 정도를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아이템을 준다, 이러한 방식은 웹 MMORPG 장르에서 유행했던 결제 유도 방식이다.

이마저 거부하면 바로는 아니지만, 게임을 플레이 중 곳곳에 결제 이벤트가 노출된다. 참아내고 또 참아내면 며칠 뒤 다시 등장해 게이머를 고민하게 만들고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일부 게임은 게임을 하자마자 1,100원만 써보라며 팝업이 등장할 정도다. 첫 결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앞으로 과금 전사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킹오파 익스트림 매치(출처=게임동아)
킹오파 익스트림 매치(출처=게임동아)

게임에서 게이머가 게임에 돈을 쓰려면 아이템을 구매하는 상점에 진입해야 한다. 때문에, 최근 게임들은 상점 진입 버튼이 아니어도 이벤트 메뉴 등을 통해서도 상점에 진입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여기에 상점에서 아예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미끼 상품까지 배치해뒀다. 우편 등으로 제공해도 되지만 굳이 상점에 들어오게 했다. 무료 상품 옆에는 더 매력적인 유료 상품을 배치해둔다. 흔히 마트에서 보던 미끼 상품과 비슷하다. 진열의 과학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길드가 중요한 게임의 경우 내 결제가 길드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스템까지 준비했다. 내가 결제하면 다른 길드원에게 선물이 간다.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몇십 명만 되도 큰 차이가 된다. 고래 이용자끼리 모여 고래 길드를 만들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전략 게임의 경우 어느 정도 인원이 차면 새로운 서버가 열리기 때문에, 새로운 서버에서 새로운 게이머들의 결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 게임들도 빠르게 발 벗고 따라 하고 있을 정도로 증명된 BM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챠에 지친 게이머들을 위해 철저하게 페이투윈(pay to win)을 외치는 게임도 틈새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 게임은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으로 성장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게이머의 소비 패턴을 연구하고 최적의 BM을 선보이고 매출도 올리고 있다.

한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마친다. "게임은 재미가 최고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이지만, 재미있는 게임이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들이 느끼기에 겉모습만 살짝 바꿔 등장하는 수많은 중국산 양산형 게임들이 돈을 버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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