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 듯 말 듯 소심한 ‘개미 목소리’ 잘못 굳어진 발성습관이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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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호흡만 제대로 해도 원하는 목소리 낼 수 있어
음성언어치료로 자세교정-‘성대 근육운동’ 등 이뤄져야

목소리는 제2의 ‘관상’이라고 불린다. 청각은 시각보다 본능적이라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남성의 호감도’를 보면 절반이 넘는 58%의 여성이 외모 다음으로 목소리에 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도 매력 요소 1위로 목소리를 꼽았다.

그런데 만약 말할 때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를 내고 기어들어 가듯 말끝을 흐리는 이른바 ‘개미 목소리’를 낸다면?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발표나 면접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미 목소리를 성격 탓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원인은 잘못된 발성습관일 가능성이 높다.

음성언어치료전문인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은 “작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큰 소리를 내게 하면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연축성 발성장애와 같은 음성질환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심리적인 문제보다 잘못된 발성습관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미 목소리, 호흡, 발성, 공명, 발음이 문제

목소리는 다른 소리와 마찬가지로 파동의 형태다. 폐에서 나온 공기가 후두 안에 있는 성대를 통과하면서 성대를 진동시키고 소리를 만들어낸다. 성대의 진동이 성도라는 관을 통과하면서 변형돼 입술을 통해 외부로 나온다. 따라서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호흡이다. 이어서 발성, 공명, 발음이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정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작은 개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호흡이 매우 약하다. 호흡만 제대로 해도 성대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원하는 소리를 낼 수 있지만 호흡이 약하면 발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들숨과 날숨이 이뤄질 때 만들어진 공기를 이용해 성대를 충분히 떨리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발성이 않되면 다양한 소리와 톤을 만들 수 없다.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공명도 마찬가지다. 성대 자체의 진동만으로도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너무 작은 소리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울림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공명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리를 낼 수 없고 이는 발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다 보면 점점 말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결국 위축되고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자세교정부터 발성, 음성언어치료로 개선 가능

개미 목소리를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큰 소리를 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긴장하면서 말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간다. 이는 오히려 성대 근육을 긴장시키고 소리를 내는 통로를 좁게 만들어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된다. 반복되면 성대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또 다른 음성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음성언어치료는 발성습관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발성은 성대의 근육 운동으로 만들어지는데 성대는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고 성대나 발성기관의 감각신경은 둔한 편이라 스스로 소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통해 성대의 상태, 구강·비강 구조 등 발성기관 내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음성언어치료는 자세교정부터 호흡, 발성, 발음 등을 전반적으로 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주 1∼2회씩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먼저 발성구조의 정상적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자세 교정부터 시작한다. 후두와 폐를 정상 위치에 놓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음성 생성의 에너지가 되는 호흡량을 증가시킨다. 이때 횡격막호흡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어깨를 사용하는 호흡과 배를 움직이는 호흡은 자제해 정확한 횡격막 호흡을 유도한다. 다음으로 정상 성대의 운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하품과 한숨 등 부드러운 호기를 사용해 성대에서 음성이 편안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발성훈련을 한다.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고 오랜 기간을 성대에 과도한 긴장이 가지 않도록 성대의 진동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정상적인 성대의 진동이 만들어진 후에는 성대의 길이와 긴장 조절을 이용해 음의 높낮이 조절을 한다. 동시에 호흡의 강약을 조절해 성대의 운동성과 호흡 기능을 극대화하도록 발성을 유도한다. 이때 콧소리를 이용한 허밍을 주로 사용할 수 있다.

기초 발성이 만들어지면 단음절, 2음절, 4음절 등 점점 긴 문장으로 동일한 호흡과 성대진동, 음성높이 조절을 하면서 읽기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이 어느 정도 완성된 후에는 정상적인 발성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안 원장은 “목소리는 성대 건강과 직결되고 잘못된 발성습관은 또 다른 음성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의 협진을 바탕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개미 목소리#음성언어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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