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뇌염 차단, 백신접종이 유일한 예방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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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의 따뜻한 의료정책 이야기]

날이 더워지면서 일본뇌염 모기가 곳곳에서 일찍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질병관리본부는 조만간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뇌염 경보는 일본뇌염 감염 환자가 발생하거나 일정 정도 이상의 일본뇌염 모기 밀집도가 관찰된 경우 발령하게 됩니다.

일본뇌염은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작은빨간집모기에 물리면 생깁니다. 다만 모두가 뇌염에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즉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뇌염의 99% 이상은 무증상이거나 열을 동반하는 가벼운 증상만 보입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부분은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발열, 심한 두통,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이며 급성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유장애로 의식변화, 국소신경장애, 운동장애, 혼수상태, 뇌전증 같은 위중한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급성 뇌염의 20∼30%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한 대학병원에서 12개월 된 아이가 일본뇌염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동아일보DB
한 대학병원에서 12개월 된 아이가 일본뇌염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동아일보DB
모기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백신 접종이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정부는 일본뇌염을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되는 제2군 감염병으로 분류하고 신생아에게 필수 예방접종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료 일본뇌염백신엔 생백신과 사백신 두 종류가 있습니다. 생백신은 생후 12개월부터 1년 간격을 두고 2회 맞으면 추가접종이 필요 없습니다. 반면 사백신은 생후 12∼23개월에 1차 접종 뒤 7∼30일 사이 2차 접종을 하고 12개월 뒤, 만 6세, 만 12세 등 총 5회 접종을 해야 평생 동안 일본뇌염에 대해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백신은 5회 접종이다 보니 접종 편의성이 떨어져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90%에 턱걸이하는 영유아 접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2016년 92.7%에 비해 더 떨어진 수치입니다. 생백신은 접종 편의성은 높지만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주입하므로 면역력이 약하면 백신을 맞고 오히려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사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과 생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빈도나 심각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량 수입해 사용하는 무료 생백신(씨디 제박스·동물유래백신)의 경우 의료기관마다 구비해 놓은 상황이 달라 원한다고 쉽게 맞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이 경우엔 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또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무료생백신을 갖춘 의료기관을 확인한 뒤 미리 전화로 알아본 뒤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히 최근엔 백신으로 인한 감염 걱정이 필요 없는 세포배양 생백신(이모젭)이 국내에 출시됐습니다. 세포배양생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화시켜 넣은 기존 세포배양 백신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일부분만 배양해서 백신으로 만든 것이어서 안전성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백신은 아직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이 아니어서 다른 백신과 달리 적지 않은 부담을 해야 됩니다.

결국 공급 부족과 비용의 문제로 인해 일본뇌염 백신접종현장에선 접종 편의성이 높은 생백신이 사백신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질병 예방에 더 유리한 백신이 더 환영받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료#일본뇌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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