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학을 달린다]고려대 안암병원, ‘국소냉동’ ‘로봇수술’… 환자에 딱 맞춰 전립선암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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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고령환자 치료 ‘국소냉동요법’
절제 않고 치료하는 ‘관찰기대요법’, 부작용 적고 정확도 높아 주목
수혈없는 로봇수술은 세계적 수준

전립선(전립샘)암은 한국 남성에게서 다섯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다면 40세 이후부터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악성도가 낮은 전립선암의 경우 치료법이 첨단화되어 있는 만큼 조기에 발견하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보다 정확도가 높은 검사 방법을 통해 전립선암을 발견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고 있다.

새 치료법인 관찰기대요법-국소치료
전립선암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관찰기대요법과 국소치료가 꼽히고 있다. 이 두 치료법은 전립선암을 치료하면서 생길 수 있는 성기능 장애, 배뇨장애, 요로감염 등 각종 부작용 발생 위험을 낮춘다.

관찰기대요법은 기존 치료와 관점이 매우 다르다. 일반적 치료 방법 중 하나인 ‘근치적 전립선절제술’이 전립선을 모두 수술로 잘라내는 방법으로 이뤄졌다면, 관찰기대요법은 전립선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암이 발견되더라도 치료를 하지 않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암을 감시한다. 또 국소치료는 전립선 전체에 방사선 치료를 실시하는 기존 방법과 달리 전립선암이 있는 부위만 치료하고 나머지 부위는 보존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줄인다.

특히 ‘전립선암국소냉동수술요법’은 전립선 중 암이 발견된 부분만 치료해 수술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전립선과 주변 장기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합병증 발생 위험이 매우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고령이나 심폐질환으로 큰 수술을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안성맞춤 치료법으로 꼽힌다. 다만 관찰기대요법과 국소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제한된다. 두 치료법은 △암이 전이 없이 전립선 내에 국한돼 있고 △악성도가 낮으며 △전립선 일부에서 발견될 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관찰기대요법은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할 수 있어 실제 진료에서 시행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초기 전립선암 환자에 대해서는 국소냉동수술요법이 사용되는 이유다.

관찰기대요법이나 국소치료는 정밀한 조직검사가 전제돼야 한다. 암의 유무와 공격성, 크기 및 부위도 정확하게 특정된 후 이뤄져야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전립선암 검사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퓨전 MRI-초음파’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전립선암이 의심되는 환자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퓨전 MRI-초음파’를 이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첨단 기기 도입으로 검사 정확도 높여
그동안 전립선암 검사는 단순 경직장초음파를 통해 경직장 조직검사를 실시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는 항문을 통해 전립선초음파하에 조직검사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보통 전립선특이항원(PSA)검사나 항문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직장수지검사(DRE)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전립선의 12군데 정도를 맹검해 암 여부를 확인했다.

이런 검사방법은 전립선비대증이 심한 경우나 전립선암이 중심부나 전방부에 발생했을 경우 암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검사결과에만 의존해 관찰기대요법이나 국소치료를 실시하게 되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을 치료하지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초음파 영상 퓨전 전립선 생검 시스템’ 최신기기를 도입했다. 이 기기는 암이 의심되는 환자가 MRI를 촬영하면 전립선 초음파를 볼 때 MRI 영상이 초음파 화면에 실시간으로 함께 표시될 수 있도록 한다. 또 그 부위가 정확하게 조직검사가 될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덕분에 의사가 병변의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보다 정밀하게 암 발생 의심부위를 조직 검사할 수 있다.

첨단기기 도입 외에도 ‘경회음부 조직검사’를 실시해 검사의 정밀성을 높인다는 점은 고려대 안암병원의 또 다른 강점이다. 기존의 경직장조직검사는 대개 12군데의 조직을 검사하지만 경회음부 초음파는 20곳 이상 조직검사를 할 수 있어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인다. 또 항문을 이용하는 경직장조직검사와 달리 경회음부 조직검사는 음경과 항문 사이의 회음부를 통해 시행하기 때문에 전립선의 모든 위치를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고 감염위험도 적다.

다만 경직장 초음파가 국소마취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지는 반면 경회음부 초음파는 수면마취 이상의 마취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려대 안암병원은 오랫동안 경회음부를 통해 실시하는 냉동수술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회음부 조직검사도 섬세하고 정밀하게 실시하고 있다. 수면마취나 약한 전신마취로 조직검사를 진행해 환자의 부담을 덜고 있다.

강석호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장은 “MRI-초음파영상 퓨전 경직장 혹은 경회음부 조직검사는 기존의 검사보다 훨씬 정확하게 암 여부부터 발생 위치와 정도, 범위 등을 진단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전립선암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첨단 로봇을 이용해 전립선암 환자의 로봇근치적전립선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다.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첨단 로봇을 이용해 전립선암 환자의 로봇근치적전립선절제술을 실시하고 있다.
로봇 이용해 수혈 필요 없는 무혈수술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근치적전립선절제술 역시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발전된 방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해당 수술은 전통적으로 개복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로봇을 이용하면서 수혈이 필요 없는 무혈수술로 진행되고 있다. 출혈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통증도 줄여 회복을 빠르게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근치적전립선절제술의 대부분을 로봇으로 시행할 만큼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로 개복 수술법을 대체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립선은 우리 몸 골반 내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해있는 데다 주변에 방광과 외요도 괄약근, 직장, 음경으로 가는 신경혈관다발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전립선암을 수술할 때 암 제거뿐만 아니라 수술 후 요실금과 발기부전, 배변장애 등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하게 수술해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전립선암과 관련해 우수한 치료팀도 갖췄다. 천준, 강석호, 강성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세 교수는 전립선암과 신장암 부문에서 국내 및 아시아 최다 냉동수술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독창적인 로봇 근치적전립선절제술을 고안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주목도 받았다.

천준 교수는 현재 대한비뇨기과학회장 겸 대한비뇨기과학재단 이사장으로 ‘세계로봇수술센터(GRI)’의 국제 자문위원이자 명예교수로 있다. 아시아 교수로는 유일하게 슈프링어 사에서 발간하는 로봇비뇨기수술 교과서 전립선암 분야를 집필하기도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장 겸 로봇수술센터장인 강석호 교수는 수차례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수술 시연)를 시행하는 등 비뇨기종양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력을 갖고 있다. 강성구 교수는 발기력 회복을 위한 신경보존 전립선암 절제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미국 비뇨기과학회가 주관하는 전립선암 절제술 교육담당 교수로 참여하기도 했다. 강성구 교수의 신경보존술식은 세계로봇생중계 심포지엄에서 생중계됐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첨단의학#의학#고려대 안암병원#고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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