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제약]“제약산업에 미래 달렸다” AI 활용 신약개발 가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 출범
글로벌 시장에 뒤처진 신약 산업, 신기술 도입으로 발전 기대
유한양행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 연구개발에 매년 대규모 투자

국내 제약업계의 최근 화두는 연구개발(R&D)의 역량 강화다. 신약 개발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은 자동차산업(700조 원)과 반도체 산업(500조 원)의 규모를 합친 것과 맞먹는 1200조 원 규모에 달한다. 특히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제약 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제약 산업에 미래 가치가 달려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제약업계는 뒤처진 상황이다. 1999년에야 비로소 국산 1호 신약을 선보였으며 최근 20년 간 자체 개발한 신약은 29개다.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웠던 데다 의약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이었던 탓이다. 이에 국내 제약업계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신약 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200여 개 제약사가 가입한 최대 제약단체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인공지능(AI) 신약개발지원센터 추진단을 공식 출범했다. 국내 실정에 맞는 AI 신약개발 플랫폼 도입과 활용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추진단은 올해 △AI 신약센터 설립을 위한 전략 수립 △AI 플랫폼의 도입 및 운영 경험 축적 △한국 실정에 맞는 AI 개발 기반 조성 등 세 가지 과제를 중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AI 신약개발지원센터가 설립되는 것은 내년경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는 AI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빅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면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속도가 붙게 되며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약효를 증명해야 하는 기존 신약개발 과정 또한 크게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실험하고 증명해야 하는 대신 약물의 작용 원리나 부작용 등을 미리 예측하고 임상시험 디자인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런 기술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개별 제약 기업들도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의 신약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립 92주년을 맞는 유한양행은 올해 1100억 원가량을 R&D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R&D 투자금은 1033억 원으로 2016년 865억 원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3세대 폐암 표적치료제인 ‘YH25448’에 대한 임상 결과가 좋아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한양행은 YH25448에 대한 R&D를 계속해 글로벌 기술이전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이 제넥신과 함께 체내지속형 기술(HyFc)을 자체 신약후보물질과 결합해 만든 바이오 신약 ‘YH25724’도 있다. YH25724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을 1차 적응증으로 R&D 중인 약물이다. 만성간질환의 주요 원인인 비만과 대사 질환 환자의 증가에 따른 비알코올성지방간염의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시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은 물질이다. 현재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개발, 임상 연구를 앞두고 있다.

종근당은 매년 1000억 원가량을 R&D에 투자하는 기업이다.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R&D를 통해 탄생한 종근당의 듀비에, 텔미누보 등 자체개발 제품들은 최근 2년 동안 국내 처방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현재 종근당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이 임상 3상을 완료해 올해 국내 허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헌팅턴증후군 치료제 ‘CKD-504’가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 중에 있어 글로벌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또한 제품의 효능, 복용 편의성 등을 개선한 개량신약들도 출시 예정이다.

GC녹십자는 혈액학과 면역학 분야의 약물 개발 기술을 토대로 바이오 신약과 혁신 혈우병치료제, 면역항암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GC녹십자는 약효 지속시간을 크게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미 기존 약물보다 약 1.5∼1.7배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혈우병치료제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됐지만 녹십자가 집중하는 제품은 기존 약물 대비 약 3배 약효의 지속시간을 지닌 차세대 제품이다. 앞으로 개발속도를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

동아에스티는 국산신약 29개 중 4개를 개발해 가장 많은 신약을 보유한 국내 회사다. 신약개발에 꾸준한 비용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지난해 동아에스티가 R&D에 들인 비용은 787억 원으로 전년(695억 원)에 비해 100억 원 가까이 증가했다. 회사 매출 대비 R&D 비용은 약 14.2%다. 전년(12%)보다 비율을 더 끌어올린 셈이다.

지난해 동아에스티는 단기와 중장기 과제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R&D관련 조직 및 의사 결정 체계를 재편했다. 단기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제품개발연구소는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 조직으로 만들고 연구본부는 중장기 연구 과제에 집중하도록 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