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서 규모 3.6 지진 또…전문가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재입주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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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20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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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경북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한지 엿새 째 밤(19일~20일 밤)사이 진도 3.0이상의 여진이 두 차례 더 발생했다. 20일 오전까지 발생한 포항 지진후 여진은 총 58회. 멈출 줄을 모르는 여진에, 포항지역 오래된 아파트나 필로티 구조 빌라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건물에 사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계속 거주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에 언론에 크게 보도됐던 피해 건물들을 둘러본 한국지진공학회 이사 김태완 강원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이날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건물들을 둘러봤다”며 “88년도에 지어진 대성아파트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이 보기에는 기초나 지반 쪽에 문제가 있어서 건물이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마 재입주가 불가능할 것 같다. 주민들은 따로 주거지를 확보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건축 관련 종사자들은 기본적으로 필로티 구조는 대부분 지진에 취약하다고 알고 있다”며 “그 이유는, 우리가 이론적으로 지진에 대한 저항능력이 좋은 구조 형태는 평면적으로도 대칭이고 수직적으로도 지붕부터 기초까지 쭉 동일한 구조체가 이어지는 건물이다. 그러면 지진이 왔을 때 모든 구조부재가 지진의 힘을 골고루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특정 위치에 있는 특정 부재가 힘을 과다하게 부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필로티 구조는 평면적으로 보면 벽체가 계단이 있는 한쪽에 치우쳐 있고 나머지는 기둥으로 되어 있다. 평면적으로도 대칭이 아니고, 수직적으로는 1층에는 주차시설을 위한 기둥이, 2층 이상부터는 벽체가 주로 있다. 그래서 지진이 발생하면 모든 힘이 1층으로 몰리게 되고, 기둥은 상대적으로 벽체보다 약하기 때문에 잘 못 버티는 것이다. CCTV 동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약간의 진동에 의해서도 기둥이 거의 파괴되는 결과가 이어진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필로티 건물은 형태 자체가 지진에 취약한 형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조전문가가 설계해야 하고, 시공을 할 때도 전문가가 충분히 감리를 꼼꼼히 해야 된다. 그런데 이러한 필로티 구조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강책에 대해서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평면에서 대칭으로 되어야 하기 때문에 계단식에서 가장 몸쪽에 벽체나 기둥을 좀더 추가로 보강하는 것이다”며 그러나 “필로티 구조가 나온 이유가 1층에 주차를 하기 위해서이지 않나? 그래서 벽을 넣게 되면 주차가 걸리게 돼 구조적으로 같이 풀어야 하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김교수는 “지진이 나고 나면 늘, 당장 우리가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건물을 보강해야 되지 않겠냐 이렇게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불가능하다”며 “일본을 예로 들면 1995년 고베 지진이 20년 넘었고, 그 이후 일본에서 내진 보강력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아직 100% 달성하지 못했다. 이게 상당히 시일이 걸리고 장기간에 걸쳐서 천천히 꾸준히 내진보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가장 취약한 건물부터 차근차근 하나하나 보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19일 오후 11시 45분 께 포항시 북구 북쪽(북위 36.12도, 동경 129.36도)에서 규모 3.5의 여진이 있었다. 6시간 여 후인 20일 오전 6시 5분께 또 다시 비슷한 장소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포항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강진의 여진(규모 2.0 이상 기준)은 모두 58회를 기록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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