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X선’ 검사하면 충치 정확히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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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진단, 과잉진료 피하려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 윤모 씨(37)는 얼마 전 치과에서 겪은 일을 풀어놨다. “심하지 않은 충치라기에 내버려뒀는데 다른 치과에선 ‘뿌리까지 썩을 뻔했다’면서 치료를 해주더라고. 크게 고생할 뻔했지 뭐야.” 친구 A 씨가 끼어들었다. “그거 보철재료 팔려는 꼼수 아냐? 내가 갔던 치과에선 30, 40대 초기 충치는 꼭 치료할 필요 없다던데….” 윤 씨는 친구와 옥신각신하다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라며 논쟁을 끝냈지만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

○ 치과마다 다른 충치 치료, 왜?


이처럼 충치 때문에 치과를 찾았다가 의사마다 다른 치료 방법을 권하는 통에 혼란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다. 회사원 박모 씨(31)는 “건강검진을 받아 보면 해마다 충치 개수가 들쭉날쭉해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고 했다. 왜 같은 충치를 보고도 치과마다 다른 소견을 내는 일이 생기는지, 9일 ‘치아의 날’을 앞두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서울대치과병원의 전문의들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충치는 입안 미생물이 음식을 섭취한 후 남은 당분을 젖산으로 분해하면서 치아의 칼슘 성분을 녹이는 감염성 세균질환인 ‘우식증’ 때문에 생긴다. 가장 오래됐지만 아직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인류의 미정복 질환이다.

충치가 심해지면 치아가 떨어져 나가거나 갈색 혹은 검은색 구멍이 생겨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엔 흰색 반점으로만 나타나고 통증도 거의 없다. 치아 사이가 썩기 시작하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또 음식물이나 입안 세균 때문에 치아가 변색돼 충치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어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X선을 여러 장 찍어 봐야 한다.

추가 검사 없이 환자로부터 들은 상태와 눈으로 확인한 정보만으로 판단할 때는 의사마다 다소 다른 진단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 무작정 비싼 재료 권한다면 과잉진료 의심


치과에서 제대로 된 검사도 하지 않고 무작정 치료와 함께 비싼 보철재료를 권한다면 과잉진료를 의심해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치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된 후 치과 의사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치아 전체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하는 ‘파노라마 방사선 검사’를 하면 충치 여부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촬영에 소요되는 시간이 10∼20초에 불과하고 환자의 본인 부담금도 7000원 정도다. 통증이 심해 치료가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파노라마 검사를 요구하거나 다른 치과에 가서 진단 내용을 비교해보는 게 좋다.

치과 전문의들은 같은 초기 충치도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진행속도가 다를 수 있어 6개월마다 진료 및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충치가 악화되는 속도는 느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치료를 마치지 않은 충치를 보유한 30대 환자는 36.3%였지만 60대는 26.2%에 불과했다. 또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높고 구강건조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충치 유발균이 입안에서 활동하기 더 용이하고 치아 상실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나에게 맞는 충치 예방·치료법 찾아야


치료를 결정하면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가격과 색상이 천차만별이다. 짙은 회색을 띠는 아말감(수은화합물)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한 번만 병원에 가면 치료를 끝낼 수 있지만 썩은 부분이 넓으면 깨질 수 있다. 미관상 선호하지 않는 환자도 많다. 금은 기존 치아와 강도가 비슷하고 넓은 부위에 채워도 끄떡없어 안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싸다. 레진과 도재(도자기)는 치아와 색상이 비슷하지만 깨질 위험이 있다. 서덕규 서울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는 “질환 부위와 충치의 정도에 맞게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러멜 초콜릿 등 당분이 많고 끈적끈적한 음식이 충치를 더 많이 유발하는 건 널리 알려져 있다. 단 음식을 도저히 끊을 수 없다면 식사시간에 함께 먹는 게 좋다. 식사 중에는 침의 분비가 많아져 단 음식도 입에서 쉽게 씻겨 나가고 산성 음식이 중화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과일이나 야채에 많이 들어있는 섬유질 성분은 치아를 닦아 주는 역할을 해 도움이 된다. 유산균은 충치균 억제에 도움이 되지만 일부 요구르트 제품엔 당분이 많아 오히려 충치를 유발할 수 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관계자는 “만 20세 이상에게 연 1회 주어지는 스케일링 건강보험 혜택을 놓치지 말고, 체계적인 치아 건강관리를 위해 ‘치과 주치의’ 개념을 갖고 한 의사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와 서울시치과의사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제1회 서울시민 구강보건의 날’ 행사를 열고 구강검진 및 상담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선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중장기 비전이 담긴 ‘서울선언’도 발표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치아의 날#치과#충치#잇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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