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식품 먹어도 되나… 전자코가 알려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람처럼 냄새 맡는 차세대 전자코

뚜껑에 달린 바이오 전자코를 이용해 식품의 부패 여부를 판단하는, 냄새 맡는 냉장고 용기 ‘푸드 가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이용기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품이 부패한 경우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내는 기능을 갖췄다. 씨앤알테크 제공
뚜껑에 달린 바이오 전자코를 이용해 식품의 부패 여부를 판단하는, 냄새 맡는 냉장고 용기 ‘푸드 가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이용기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품이 부패한 경우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보내는 기능을 갖췄다. 씨앤알테크 제공
‘보관 중인 쇠고기는 3일 안에 드시기 바랍니다.’

갑자기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새로 구입한 ‘냄새 맡는 냉장고’가 보관 중인 음식 재료의 상태를 알려온 것이다. 오늘은 퇴근길에 고기 요리에 필요한 채소와 향신료를 구입하기로 했다.

가상의 스토리지만 이런 기술이 수년 내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냄새 맡는 ‘전자코’ 기술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 전자코, ‘가스검출기’ 넘어 사람 닮아 간다


기계가 어떻게 사람처럼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사람은 냄새를 맡을 때 콧속 점막을 이용한다. 공기 중에 떠돌던 화합물 분자가 점막에 닿으면 후각신경이 뇌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기존의 전자코 기술은 주로 공기 중의 ‘가스’를 탐지했다. 산업용 가스경보기와 같은 원리다. 한 번에 한 가지 냄새밖에 탐지할 수 없고, 어떤 냄새를 맡을 것인지를 사람이 미리 정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유제품 썩는 냄새를 측정하는 전자코는 지방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알코올 가스를 분석하는 식인데, 이를 술잔에 가져다 대면 ‘심하게 부패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람이 맡을 수 있는 냄새를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화합물 분자가 공기 중에 퍼져 있어도 가스 형태가 아닌 경우 전자코는 무용지물이다.

이런 전자코의 단점을 해소한 ‘차세대 전자코’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람처럼 냄새 분자에 직접 반응하는 전자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전자코 기술은 국내 연구진이 가장 앞서 있다. 권오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임연구원 팀은 박태현 서울대 융합기술연구원 원장 팀과 공동으로 지난해 10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처럼 냄새 분자를 직접 탐지할 수 있는 전자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도 유사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등 해외 연구진의 추격이 거세다.

○ 미래 전자코는 다양한 냄새 한 번에 구별

차세대 전자코는 사람보다 10배 이상 예민하지만 여러 가지 냄새를 구별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람이나 동물에게 미치지 못한다. 2014년 미국 록펠러대 신경유전학연구소 레슬리 보스홀 교수팀은 사람의 코가 후각 수용체 396개를 조합해 1조 가지에 달하는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냄새를 가장 잘 맡는 동물인 코끼리는 후각 수용체가 1948개로 사람의 5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자코 연구진은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냄새 물질과 반응하는 수용체를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전자코 시스템에 붙일 후각 수용체가 늘어날수록 사람처럼 다양한 냄새를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연구진은 단백질이 부패할 때 생기는 ‘카다베린’이란 화합물을 탐지하는 수용체 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실용화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 화합물을 탐지하는 기능을 냉장고에 덧붙이면 냉장고 속 고기나 생선이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손쉽게 탐지할 수 있다. 과학수사에 적용하면 숨겨 둔 시신 등을 냄새 탐지 장치를 이용해 찾는 것도 가능할 걸로 보인다.

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벤처기업와 함께 부패 감지 기능을 갖춘 보관 용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전자코 기술이 산업적 가치가 큰 만큼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전자코#냄새#가스검출기#냄새 구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