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바늘구멍', 스팀 그린라이트 통해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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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3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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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1일 로이게임즈에서 개발 및 출시 예정인 PC용 어드벤처게임 '화이트데이'의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 소식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스팀 그린라이트란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투표 시스템으로, 스팀을 이용하는 게이머들이 직접 참여한 투표수에 따라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이처럼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게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팀 그린라이트 로고 (출처=스팀)
스팀 그린라이트 로고 (출처=스팀)

스팀은 지난 2014년 기준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 누적 가입자 7,500만 명을 기록하는 등 전세계 PC 게이머들이 모인 플랫폼이라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스팀 그린라이트에 등록된 게임은 스팀을 이용하는 전세계 게이머들의 여러 잣대에 시험을 받는다. 게임 개발사는 동영상, 스크린샷 등을 동원해 게임의 주요 특징과 매력을 소개할 수 있으며,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에는 게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소통의 장도 마련됐다.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한 '화이트데이'의 경우, 지난 2001년 발매된 PC용 어드벤처게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의 리메이크 작품인 점이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원작의 게임성을 유지한 동시에 신규 콘텐츠가 다수 수록된 모바일 버전에서 이미 한 차례 검증이 끝나기도 했다. 이 밖에 스팀을 통해 출시될 '화이트데이'의 경우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이 PC에 맞춰 변경될 예정이다.

화이트데이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로이게임즈)
화이트데이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로이게임즈)

게임 출시 창구가 마땅치 않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도 스팀 그린라이트는 실력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1인 인디게임 개발팀 스튜디오HG에서 개발 및 출시 예정인 액션롤플레잉게임 '스매싱 더 배틀'이 대표적인 예다. '스매싱 더 배틀'은 지난 2016년 1월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매싱 더 배틀'은 스튜디오HG의 한대훈 대표 혼자 수개월 동안 여타 액션롤플레잉 모바일게임에 버금가는 연출과 그래픽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는 2015년 7월 첫 공개부터 화제의 인디게임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와 함께 모바일용부터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용, PC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종으로 출시되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 중에서 PC용은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원해 차세대 콘텐츠로 평가받는 글로벌 VR게임 시장에서 국산 게임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스매싱 더 배틀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스팀)
스매싱 더 배틀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스팀)

아울러 인디게임 개발사 내꺼에서 개발 및 서비스 예정인 액션 온라인게임 '베르서스: 배틀 오브 더 글래디에이터' 역시 근접 전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박력 있는 액션 요소와 고도의 심리전이 동반되는 밸런스 시스템이 높은 점수를 얻어 그린라이트 등록 약 3일 만에 통과됐다. 201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퍼즐게임 '룸즈: 불가능한 퍼즐'도 2014년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해 일찍이 게임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 지난 2016년 3월 PS4 버전으로 출시된 퍼즐게임 '레츠놈'처럼 스팀 그린라이트 통과를 거쳐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게임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스팀 그린라이트가 높은 퀄리티만 갖추면 글로벌 출시를 도와주는 마법의 도구인 것만은 아니다. 내꺼의 강기환 '베르서스' 기획팀장은 투표에 참여하는 게이머들의 까다로운 취향과 눈높이를 맞추는 동시에 투표 페이지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룸즈: 불가능한 퍼즐'을 개발한 핸드메이드의 김종화 대표도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팀 그린라이트는 더 이상 낙원이 아니며, 게임 퀄리티 외에 철저한 시장조사와 마케팅 계획도 필수가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베르서스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베르서스 페이스북)
베르서스 스팀 그린라이트 페이지 (출처=베르서스 페이스북)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과해 해외 진출에 정면도전하는 국내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과거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스팀 그린라이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바늘구멍'을 뚫을 때 여전히 매력적인 창구"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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