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필요한 아이에게 꼭 맞는 좋은 보육 해줘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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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학부모 ‘맞춤형 보육’ 토크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어린이집 초보 학부모 4인. 왼쪽부터 최우정 씨, 이지현 씨, 정유나 씨, 김진성 씨. 이들은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은 보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어린이집 초보 학부모 4인. 왼쪽부터 최우정 씨, 이지현 씨, 정유나 씨, 김진성 씨. 이들은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은 보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의 어린이집은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린다. 처음으로 엄마의 품에서 벗어나 어린이집에 홀로 남겨지는 아이가 많기 때문이다. 어른도 낯선 곳에 가면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아이로서는 첫 사회경험과 단체생활에 큰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아는 부모는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다.

3, 5세 딸과 아들을 둔 김진성 씨(41·육아휴직), 3세 아들을 둔 최우정 씨(38·프리랜서), 3세 아들을 둔 이지현 씨(31·전업주부), 11, 2세의 두 딸을 둔 정유나 씨(39·육아휴직) 등 최근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처음 보낸 초보 학부모 4명이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 모여 어린이집에 대한 기대와 우려, 그리고 7월부터 시작되는 맞춤형 보육 제도(하루 7시간의 ‘맞춤반’과 12시간의 ‘종일반’으로 나눠 보육)를 주제로 토론했다. 이들의 결론은 간결했다. “필요한 아이에게 꼭 맞는 좋은 보육을 해줘야죠.”

○ 3월의 어린이집은 ‘통곡의 바다’


정유나(이하 정): 며칠 전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랑 떨어져서 2시간 동안 혼자 어린이집에 있었어요. 데리러 간 저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터졌죠. 제 아이가 우니까 주변 아이들이 다 울더라고요. 3월의 어린이집은 ‘통곡의 바다’라고 하더니, 진짜 그랬어요.

이지현(이하 이): 저는 아이가 18개월 때부터 많이 싸웠어요. 남편이나 부모님 도움 없이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제가 아이한테 짜증을 내고 있더군요. 1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아이가 적응을 너무 잘했어요. 두 팔 벌려 선생님한테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되죠. 이후 아이와 사이도 좋아졌고,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어요.

최우정(이하 최): 저는 아이가 만 3세인데, 3월부터 오전에만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요. ‘만 2세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돌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제가 오롯이 돌봤죠. 지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도, 오전에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아이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죠.

김진성(이하 김): 육아휴직 중인 아빠입니다. 아내가 일하고 있죠. 휴직한 이유는 제 아이를 제가 직접 키워 보고 싶어서인데요. 그럼에도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이유는 육아가 정말 힘들어서죠(웃음).

○ 전업맘도 워킹맘도 “좋아요”


정: 복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을 가장 고려했어요. 오전 8시에는 맡겨야 하고 오후 7시쯤 데리러 가야 하는데, 현재 집 근처 어린이집은 대부분 마음 편하게 늦게까지 맡기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복직 전인데도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요.

김: 현재 어린이집이 오후 7시 30분까지 하도록 돼 있지만, 오후 4시만 넘으면 아이들이 거의 다 집에 가고 없어요. 맞벌이 부부의 아이만 1, 2명 덩그러니 남는 경우가 많죠. 맞춤형 보육이 안착된다면 맞벌이 부부가 당당히 아이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오랫동안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오후에도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해줘야 합니다. 근처에 있는 여러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활동해도 좋고요.

이: 전업주부인 저는 5∼6시간만 아이를 보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 외의 시간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요. 그래서 7월부터 시작되는 맞춤형 보육을 찬성하고 있어요. 다만 일찍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만큼 이후에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볼 때 할인혜택 같은 것을 제공해주면 좋겠어요.

최: 지금은 ‘전업맘’이지만 나중엔 ‘워킹맘’이 될 수 있고, 반대로도 될 수 있거든요. 중요한 건 맞춤형 보육의 전업주부 차별 여부가 아니라, 이로 인해 정말 절실한 사람이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지에 있다고 봅니다.

○ 아이 아플 때 휴가 낼 수 있어야

김: 어린이집에 대한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린이집도 지금보다 조금 더 열렸으면 해요. 말도 못하는 아이를 처음 맡기는 곳이 어린이집인데, 동네 엄마들 카페에 들어가도 정보가 별로 없더군요.

정: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볼 필요도 있어요. 특히 아이가 아프면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은 어른의 출근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프면 얼마나 집에서 쉬고 싶겠어요. 전업맘이라면 안 보내는 게 좋고요. 맞벌이 부부도 아이를 돌보기 위해 마음 편히 휴가를 낼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어린이집#학부모#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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