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딥블루 개발자 “알파고와 왓슨이 붙으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3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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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공지능(AI)인 알파고가 대국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의 요크타운 하이츠에 위치한 IBM왓슨연구소에서 만난 머레이 캠벨 펠로우 수석연구원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할 필요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 결과를 도출하는 연산능력에서 컴퓨터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캠벨 수석연구원은 인간과 첫 게임을 치룬 IBM의 초기 AI인 ‘딥블루’ 개발자로 2014년 상용화된 IBM의 AI인 왓슨 개발에도 참여해왔다.

1997년 ‘딥퍼블루(딥블루의 업그레이드 버전)’가 세계 체스챔피언을 이겼을 때도 당시 미국 언론들은 “인간을 공격하는 터미네이터가 나타날 것”이라며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캠벨 수석연구원은 “현재 사람들의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 정도의 컴퓨팅 능력으로도 이제는 세계 체스챔피언을 이길 수 있다”며 당시 분위기가 과장됐음을 지적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9일 이번 알파고와 이 9단의 대국 결과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이세돌)이 자동차(알파고)에게 졌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캠벨 수석연구원은 “구글이 (IBM을) 따라오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은 경우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규칙이 명확한데다 데이터 자체도 정형화돼 있어 계산이나 분석이 쉽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문제를 AI가 해결하려면 소리나 영상, 비규칙적인 각종 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경이면 사람 한 명당 매일 143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이 중의 85%는 게임처럼 쉽게 분석할 수 없는 비정형 데이터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IBM은 왓슨이 문장과 같은 자연어를 이해하고 이에 근거해 가설을 세우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기능을 갖는데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알파고와 IBM의 왓슨을 대결 시켜보자’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캠벨 수석연구원은 “알파고와 왓슨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AI이기 때문에 대결이 무의미하다”며 향후 가능성을 일축했다. 알파고는 이제야 바둑을 위한 API(프로그램의 명령어 덩어리)를 하나 갖춘 AI지만 왓슨은 이미 의료와 금융,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PI가 올해 50개에 이를 정도로 다른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혹은 지배할 것이란 일부의 우려에 대해서도 캠벨 수석연구원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AI 개발자로서) 인간과 비슷한 AI는 앞으로 최소 50년이 지나서도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향후 AI의 개발 방향 역시 인간처럼 직감이나 자아를 갖도록 하기보다는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캠벨 수석연구원이 있는 IBM왓슨연구소에는 체스에서 인간에게 패배를 안긴 딥블루의 몸체인 대형 컴퓨터 서버가 전시돼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요즘도 1년에 한 번 연구원들 간에 체스 대회가 열린다. 캠벨 수석연구원도 이 대회에 참가하면서 체스를 즐기고 있다.

그는 “컴퓨터에게 인간 체스챔피언이 패했다고 모든 게 무의미해지는 게 아니다”라며 “나는 여전히 체스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뉴욕=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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