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얻고 고용 상태 유지돼야 아이 낳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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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저출산 원인 분석’ 보고서

아이출산율을 높이는 데에 총고용률이 가장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자리를 얻고 고용된 상태를 유지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것. 그동안 보육환경 개선과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 등에 초점을 맞춰온 저출산 대책이 고용 확대 및 유지와 경제 활성화로 선회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조영태 원성호 서울대 교수팀의 연구용역 보고서 ‘경기도 저출산 원인 분석 및 출산 동향 예측’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경기도의 총고용률이 20% 올라가면 합계출산율이 1.23명에서 1.39명으로 0.16명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뜻한다. 이를 2013년 기준 출생아 수로 환산해 보면 경기도에서 1만5700여 명의 아이가, 전국에서는 6만1000여 명의 아이가 더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제1차와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통해 출산장려 정책을 펼쳤고, 저출산과 관련해 투입된 예산만 80조2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2명에서 2013년 1.19명으로 0.07명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데 총고용률을 20% 올리는 것만으로도 2배 이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것.

이번 연구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경기도의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총고용률과 부동산 변화율, 가임기 여성 중 고학력자 비율, 보육시설과 출산장려금 지급 등이 출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다른 변수를 고정한 채 하나의 변수를 20% 올리면 출산력이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총고용률이 출산력을 가장 크게 올렸고, 그 다음으로는 혼인율(1.34명)과 지역총생산(1.27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고용률이 높아지면 혼인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합계출산율은 1.40명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급속도로 올라간 지역일수록 아이를 덜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내 부동산 가격 변화율과 합계출산율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변화율이 큰 곳의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변화율이 작은 곳보다 낮았다. 흥미로운 건 경제 수준이 높은 시군구일수록 합계출산율도 높았는데, 경제 수준이 높아도 고학력(대졸 이상) 여성의 비중이 높으면 합계출산율이 낮았다는 점이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지 않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한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출산율이 훨씬 높았다.

한편 보육시설 수 등 보육 환경과 출산장려금 제도 등은 합계출산율과 전체 출생아 수, 둘째 자녀 출생아 수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태 교수는 “보육시설 확대의 경우 저출산 대책이라기보다 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다만 일회성의 출산장려금은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남경필 경기지사는 1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 저출산 대책을 앞으로는 신규 고용 창출 및 고용 안정화 정책 위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우선 임기 내에 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15∼64세의 총고용률을 2015년 현재 61%에서 70.4%까지 올리고, 경기도가 소유한 땅에 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공급하는 ‘따복(따듯하고 복된) 하우스’ 정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출산#저출산#총고용률#출산장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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