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시간에 여러명이 돌려보기 지쳐… 싸고 품질 좋은 ‘나만의 현미경’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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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수상작 301점 내달 12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전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규열 군이 29일 자신의 발명품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규열 군이 29일 자신의 발명품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국무총리상 ‘이중반사식 현미경’ 충북과학고 박규열 군

“학교에서 현미경 관찰 실험을 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현미경 한 대를 4명이 같이 써야 합니다. 접안렌즈에 눈을 대고 ‘아, 보이네!’ 하고 나면 바로 다음 친구에게 현미경을 넘겨줘야 해서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1인 1현미경’이 가능한 값싸고 좋은 현미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 개발’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충북과학고 2학년 박규열 군은 현미경을 맘 편하게 실컷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현미경 개발에 뛰어들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현미경은 대당 가격이 120만 원을 넘었다. 가격을 낮추려면 대물렌즈에 저배율 렌즈를 쓰는 게 유리했다. 저배율 렌즈 하나로 고배율 렌즈를 사용한 효과를 낼 순 없을까. 렌즈로 한 번 확대된 상(像)을 동일한 렌즈로 한 번 더 확대되도록 설계하면 될 것 같았다.

그때 박 군은 ‘빔 스플리터(Beam Splitter)’를 떠올렸다. 빔 스플리터는 들어오는 빛의 절반을 반사시키는 반사율 50%인 유리다. 박 군이 현미경의 대물렌즈와 프레파라트(시료) 사이에 빔 스플리터를 끼우자 실제로 상이 커졌다. 대물렌즈로 들어간 빛이 거울을 통해 반사되면서 확대된 뒤 또 한 번 대물렌즈를 거치면서 한 차례 더 확대되고, 이후 빔 스플리터를 통해 접안렌즈로 옮겨 가면서 시료가 확대돼 보인다.

저배율 렌즈를 사용한 덕분에 현미경의 경통도 짧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현미경은 렌즈의 배율이 낮을수록 경통의 길이도 짧다. 박 군은 이 현미경을 보완해 대물렌즈 위에 빔 스플리터를 넣은 형태로 현미경을 최종 제작했다. 학교 현미경이 높이 50cm, 무게 7kg으로 묵직한 반면 박 군이 개발한 현미경은 높이 18cm, 무게 약 250g으로 휴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작고 가볍다. 박 군은 “현미경을 들고 다니며 양파 껍질이 1000배 확대된 상을 보여주니 친구들이 모두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박 군의 발명품 개발을 도운 이 학교 장길동 물리교사는 “빔 스플리터를 써 보자는 박 군의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빔 스플리터와 거울의 위치를 조금만 바꾸면 싸고 품질 좋은 현미경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박 군이) 열심히 상(像)을 찾다 보니 상(賞)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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