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연구성과 발표 현장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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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연구개발에 2014년 11조 원 투자
희귀병-만성질환 치료제 개발 집중

지난달 30일 ‘환자를 위한 혁신’ 행사가 열린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 본사에서 본보 임현석 기자(오른쪽)가 운동장애를 동반하는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환자를 위한 혁신’ 행사가 열린 스위스 바젤의 노바티스 본사에서 본보 임현석 기자(오른쪽)가 운동장애를 동반하는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가상 체험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는 스위스 서부도시 바젤. 인구 20만 명 규모의 작은 도시지만 1년 중 보름 정도는 전 세계에서 취재진과 방문객으로 북적댄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보석·시계 박람회(바젤월드)와 국제아트페어(아트바젤)가 열리기 때문. 지난해부터는 취재진들이 바젤을 찾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이곳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연구개발 성과와 향후 방향, 신약 물질 후보를 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하면서부터다.

올해는 지난달 29, 30일 이 회사 본사 건물인 ‘노바티스 캠퍼스’에서 ‘환자를 위한 혁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행사를 열었다. 28개국 97명의 취재진이 이곳에 모여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물질에 주목했다.

이날 행사에서 노바티스가 밝힌 연구개발의 핵심은 희귀질환과 만성질환 치료였다. 이와 관련해 특히 면역치료제의 연구 성과 분야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표한 면역치료제 신약 물질(CAR-T)은 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한다.

현재 2상 임상 중인 노바티스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CTL019)는 환자 자신의 백혈구(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물질이다. 일종의 세포치료제인 셈. 노바티스는 백혈병 이외에 림프종과 췌장암에도 자신의 세포를 조작하는 형태의 면역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프로젝트는 만성질환에서 희귀병까지 다양한 질병영역에 걸쳐 200여 건에 달한다. 노바티스는 이날 이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가 임박한 신약 분야로 만성심부전과 건선, 황반변성, 폐암 치료제를 언급했다. 아직 임상연구 단계로 제품 출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자들은 정보기술과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노바티스의 안과부문 자회사인 ‘알콘’은 지난해 구글과 손을 잡고 혈당 수치를 자신이 쓴 안경을 통해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렌즈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최첨단 정보기술(IT) 부품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게 만드는 소형화 기술. 두 겹으로 된 얇은 소프트렌즈 사이에 초소형 칩과 센서를 삽입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노바티스 관계자는 “현재 바늘로 하는 혈당체크를 대신할 혁신적인 제품을 5년 내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신약 연구 성과 발표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은 이 회사가 전 세계 제약사 중에서 신약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우리 돈으로 10조8741억 원(약 99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63조 원(약 579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니 총매출의 1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평균 10%대인 것과 대조적이다.

노바티스 생명의학연구소의 마크 피셔먼 소장은 “신약 개발에 앞서 연구자들이 희귀질환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특히 질병 분석을 위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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