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잣나무를 지켜라… 재선충병 방제 막바지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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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현장에서 작업자가 고사목을 베고 있다. 고사목에 있는 애벌레가 재선충을 옮기므로 이들이 성충이 되기 전에 빨리 없애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광주=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wooyoo@donga.com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현장에서 작업자가 고사목을 베고 있다. 고사목에 있는 애벌레가 재선충을 옮기므로 이들이 성충이 되기 전에 빨리 없애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광주=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wooyoo@donga.com
“위잉∼.”

전기톱 소리가 온 산을 울리자 바싹 마른 잣나무 한 그루가 쓰러졌다. 반투명한 노란색을 띤 애벌레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재선충을 옮기는 애벌레다. 작업자들이 달려들어 조각난 나무를 1, 2m³씩 차곡차곡 쌓은 뒤 노란 약제를 골고루 뿌렸다. 녹색 방수 비닐을 덮고 비닐 가장자리를 흙으로 묻었다. 고사목 안에 있는 애벌레를 죽이기 위해서다.

이달 11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인근 야산에서는 올해 마지막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가 한창이었다. 죽은 잣나무들이 갈변한 잎을 늘어뜨려 마치 단풍처럼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철호 산림청 산림병해충과 사무관은 “3월이 방제 마지노선”이라며 “재선충을 옮기는 곤충들이 4월에 성충이 돼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재선충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선충병은 둥근꼬리선충과 동물인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생긴다. 이 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등에 기생해 옮겨 다니며 소나뭇과 식물을 갉아 먹는다. 감염된 나무는 100일 동안 서서히 말라 죽는다.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뒤 피해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218만 그루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했다. 한혜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기후 변화로 평균온도가 높아지면서 피해가 늘었다”며 “선충과 매개 곤충이 고온 건조한 환경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재선충병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치료할 기술은 아직 없다. 나무가 죽어가는 과정도 아직 정확히 모른다. 나무 세포가 마치 구멍 난 빨대처럼 파괴돼 나무가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지 못한다는 게 가장 유력한 이론이다. 이 외에도 과민반응으로 나무 세포가 자살하거나 재선충 독소에 의한 스트레스로 고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연구사는 “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될 때 나타나는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특이한 반응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잎의 갈변이 눈으로 확인되면 이미 손쓸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현재 방제당국은 매개 곤충이 산란하는 고사목을 수거해 태우거나 농약을 뿌려 밀봉하는 훈증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국립산림과학원은 새로운 방제 전략을 만들었다. 지리적 특성을 반영해 방제에도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금강송이 많은 지역은 재선충병을 상시 모니터링해 피해가 발생하면 바로 방제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 100여 년이 된 일본은 신사 등 주요 지역을 이렇게 특별 방제하고 있다.

과학동아 4월호에서는 재선충병의 발생 과정과 국내 주요 재선충병 발생 지역 등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광주=우아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wooyoo@donga.com
#소나무#잣나무#재선충병#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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